▲영국 에딘버러대 데이빗 퍼거슨 뉴컬리지 학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교회, 혹은 기독교적 가치가 공공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3일(금) 오후 충남 온양시에서 열린 <제44차 한국기독교학회 정기학술대회> 주제 강연을 맡은 영국 에딘버러대 데이빗 퍼거슨 뉴컬리지 학장이 던진 화두다.
「샤를리 엡도」 총격 테러 사건에서 보듯 유럽은 이 같은 의문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이슬람교 여성들의 베일 착용, 낙태·안락사·동성결혼 등의 쟁점을 둘러싼 교회와 사회 여론 사이의 입장차 등은 뜨거운 감자다.
여기서 현대 사회의 조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세속적 자유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종교에 관한 한, 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됐다. 이런 흐름에 따라 종교는 사적 영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세속적 자유주의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공적인 영역에서 종교를 제외시키려 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무엇보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퍼거슨 학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신앙은 사회사업, 정치적 목적, 그리고 국제적 협력의 결과물로서 윤리적 실천을 낳는다. 일반적인 기독교 교회의 삶을 간단히 살펴보더라도 집과 교회에서의 경건생활 장려뿐만 아니라 빈곤 경감, 사회적 정의의 확약, 교육과 상담 서비스의 제공, 국내와 외국에서 자선을 위한 기금 모금과 관련해 과도할 정도의 활동들을 보게 된다. 신앙을 표현함에 있어서 공적인 것으로부터 사적인 것을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 교회는 이미 공적인 자리를 점유하고 있으며 그것의 핵심 책무 덕분에 정치적으로 개입돼 있다. 어떻게 이스라엘에서 공공선과 사회적 정의를 위해 구약성경 사건들이 주어졌는가를 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퍼거슨 학장은 교회를 무조건 공적 영역에서 밀어내려고 하기보다 절차적 세속주의, 즉 “신앙심을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감독하는 일련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국제적인 빚 탕감, 보건 지원, 고문 반대, 환경 보존 등 공공의 관심사에 대해 기독교적 가치가 효과적으로 기여할 통로를 만들자는 말이다. 퍼거슨 학장은 “이 모든 것에 있어서 기독교 신앙은 차별성을 만들 수 있다”며 “남자든 여자든 각자가 선택하는 선을 추구함에 있어 각각 개인의 자유를 단순히 장려하는 것 이상으로 기독교 신앙심으로 사회 구성원을 동원하는데 필요한 상상력 제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퍼거슨 학장은 끝으로 “우리가 중보 기도를 하게 되면 가정과 직장에 대한 책임 그 이상으로 더 넓은 책임감을 깨닫게 된다. 교회의 보편성에 대한 사도적 고백을 하게 되면 우리 자신이 경험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있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이들과도 굳건하게 연대하도록 불러세운다”며 교회의 공적 책임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