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100주년 기념강연이 “신학의 유산과 현대사회”라는 대 주제 하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10월26일(월)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신학관 예배실에서 김균진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나의 신학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1965년 2월, 부산 대청교회에서 있었던 함석헌 선생(1901-1989)의 강연을 듣고 신학 공부에 삶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는 김 교수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을 인용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여러분은 무엇을 하든지, 신학을 하든지 목회를 하든지 아니면 세속의 다른 직업에 종사하든지, 나라와 겨레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십시오”라는 함 선생의 말씀을 아직까지도 기억한다며, 연세신학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이 ‘우리 민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나라와 겨레를 위해 자기의 삶을 바치고자 하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것’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곧 세상의 권세와 명예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사명에 헌신하는 인재들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서 김 교수는 칼 바르트(Karl Barth)와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의 신학과 자신이 그로부터 받은 영향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바르트의 신학이 “1. 교회의 신학, 2. 말씀의 신학, 3. 신앙의 학문, 4.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신학, 5. 자연신학을 거부하는 계시신학”의 다섯 가지 명제로 이루어졌다고 요약했다. 김 교수는 이 다섯 가지 명제를 통해 보수 계열과 진보 계열이 화해할 수 있는 신학을 쓰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말하면서도, 자연계시에 대한 바르트의 지나친 배타적 입장은 거부하고 자연과 역사 속에 있는 하나님의 계시를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본회퍼에 대해서는 “목사, 신학자, 교수는 세속적 명예와 권세에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지 못할지라도, 세상적인 불이익을 당할지라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부탁하신 사명의 길을 걸어야 한다”라는 김 교수의 소신이 바로 본회퍼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김 교수는 연세신학 공동체에 “그리스도의 복음, 기독교적 가치관을 한국사회 속에 실현”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 다음에는 칼 마르크스(Karl Marx)의 물질론적 역사철학에 대한 비판적 해석이 이어졌다. 마르크스의 통찰에 따르면, 물질, 곧, 물질적 생산구조의 변천과 함께 일어나는 경제적 구조가 역사의 변천을 일으키는 근본 요인이다. 김 교수는 마르크스의 물질론에서 ‘물질이 인간의 생명과 삶을 구원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하나님의 구원은 단지 영적 구원이 아니라, 물질의 영역을 포괄한다는 점’을 통해 기독교는 물질의 영역, 경제의 영역에도 하나님의 정의를 세우는 데 관심을 둬야한다는 것을 읽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르크스의 물질론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인간이 물질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물질을 초월할 수 있는 정신적 자유와 존엄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물질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정신이며, 인간의 정신이 건강하게 될 때 비로소 물질의 영역도 건강할 수 있게 되므로 기독교는 인간의 정신과 영혼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정리했다. 동시에 “세계의 물질은 본래 모든 사람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이요, 그러므로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 공평하게, 정의롭게 주어져야 한다는 구약 율법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노력할 것”을 연세신학 공동체에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성서가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유산이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꿈과 희망, 곧 메시아니즘의 비전에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샬롬 속에서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꿈과 희망,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위에 이루고자 하는 메시아적 정신”이 기독교의 생명선이자 현대 사회 속에서 기독교가 발현해야 할 유산인 것이다. 이는 인간의 ‘부정적인 것의 부정’(Negation des Negativen)과 변혁, 나아가 세계의 부정적인 것의 부정과 변혁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정의를 구하라”(마태복음 6장 33절)는 명령을 이행함으로써 이룰 수 있다. “정의가 있을 때 공동체의 결속과 평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강연은 교회가 서로 충돌하고 신학적 해석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는 이 시대에, 교회와 신학 공동체가 되새겨야 할 신학적 원리를 돌아보고, 신학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학생들은 평가했다.
글/ 정승화(객원기자/ 연세대 신과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