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는 쉽게 보편화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의심과 불안에 빠져있는 모든 개인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참된 것인지, 나아가 무엇이 그들에게 진정으로 참된 것인지를 스스로 캐묻고 이해하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31)
20세기 현대 사상과 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키에르케고어의 사상적 특징을 윤리와 사랑에 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춘 『쇠얀 키에르케고어: 불안과 확신 사이에서』(메튜 D. 커크패트릭 지음·정진우 옮김/ 비아 출판사)가 출간됐다.
키에르케고어를 수식하는 설명은 많다. 실존주의의 창시자, 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 등과 더불어 현대 사상의 주춧돌을 놓은 사상가, 20세기 현대 신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그리스도교 저술가. 마르틴 하이데거, 칼 야스퍼스, 장 폴 사르트르,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철학자, 칼 바르트, 에밀 브루너, 폴 틸리히와 같은 개신교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 한스 우르스 폰 발타자르 같은 로마 가톨릭 신학자 등 현대 사상과 신학계를 수놓은 인물들은 모두 그에게 직간접적으로 빚을 지고 있음을 고백했다. 설사 그의 이름과 사상을 접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다양한 영역에서 어렵지 않게 그의 흔적-'실존', '불안', '결단' 등과 같은 용어-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널리 알려진 이름이지만, 동시에 키에르케고어는 낯선 이름이기도 하고, 널리 알려진 만큼 쉽게 곡해당하는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가 남긴 방대한 유산을 접근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다양한 장르와 목소리를 빌려 '불안'과 '확신'을 오가는 그의 목소리가 진정 어디를 향하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키에르케고어 자신의 저술에 대한 총체적인 해설을 시도한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평생에 걸쳐 추구한 물음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성숙한 신앙인처럼 그 역시 초월자인 하느님, 이 세계에 육신으로 온 그리스도에 대해 숙고했지만 그 방식은 사뭇 달랐다. 그는 저 '너머'가 아닌 '이곳', 이 세계의 인간, 본향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자기 자신을 위한다면서 결국 자기 자신을 상실해버리는 인간의 비극적인 몸부림에 주목했고 이 비극성과 진정한 복음의 가치 모두를 화석화시키려는 사유의 흐름 및 제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리하여 덴마크의 이 '고독한 산책자'는 현대 사상과 신학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쇠얀 키에르케고어에 관한 입문서 성격의 이 책에는 키에르케고어의 사상적 특징을 담은 본문과 더불어 키에르케고어의 저작 목록, 키에르케고어의 1차 저작에 대한 해설, 함께 읽어볼 만한 책들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키에르케고어라는 거대한 숲에서 길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숲이 빚어내는 다양한 색과 결을 온전히 감상하는데 도움을 주는 길잡이 역할을 독톡히 해주고 있다.
한편 지은이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신학과 윤리를 공부했고 같은 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옥스퍼드 위클리프 홀에서 현대 그리스도교 교의학과 철학적 신학, 윤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정진우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헤겔 및 그 이후 현대 종교철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