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말에게 응원과 함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겨우 차나 나르는 청년이 무슨 수로 이 문제들을 다 맞췄단 말인가. 급기야 최종문제 1문제를 남겨두고 그는 사기죄로 체포된다. 속임수를 썼다는 죄목으로.
자말은 경찰서에서 그가 어떻게 문제를 맞출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해답은 그의 인생에 있었다. 그가 살아온 파라만장한 삶의 모든 순간순간들이 퀴즈를 푸는 실마리였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쓰레기장을 놀이터 삼아 놀았고, 어느날 누군지도 모르는 세력으로부터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기습당해 부모를 잃었다. 아동인권 이라는 것은 털 끝 만큼도 모르는 앵벌이 조직으로부터 탈출해, 두세살 위 형과 떠돌이 생활을 하며 사기도 쳐보고 도둑질도 해보면서 험한 세상에서 먹고 사는 방법들을 터득해 간다.
자말이 문제를 하나하나 맞힐 때마다 관객이 열광하는 이유는, 가난한 그의 인생을 역전시켜줄 상금 때문만이 아니다. 비정, 부조리, 사기, 배신이 어린 자말의 인생을 강타할 때마다 그는 포기나 좌절 따위는 생각조차 않았다. 대신 어디서부터 왔고 왜 부딪히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역경들을 담담하게 씩씩하게 이겨나갔다.
퀴즈는 질문으로 부터 시작한다. 인생의 순간순간도 어떤 면에선 퀴즈같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길을 택할 것이냐고 꼭 묻는 것만 같다. 자말이 퀴즈를 하나하나 맞출 때마다, 관객들은 결국 자말에게 해답의 실마리가 되어준 그의 인생의 희노애락에 같이 감격한다.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과거에 이겨냈던 힘든 시기들이 자말의 경우처럼 '상금'으로 보상되진 않는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그러한 경험들은 현재의 우리를 확실히 더 성장시키거나 부요하게 했거나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사실, 자말이 퀴즈쇼에 출연한 이유도 상금은 아니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자말의 인생을 스릴있는 각본, 박진감 있는 음악으로 더 풍성하게 만들어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골든글로브 작품, 감독, 각본, 음악상 4개 부문 수상,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상 감독, 각색, 촬영, 주제가, 음악상 등 8개 부문 최다 수상을 기록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