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뉴욕, 그리고 평화

김종문의 필그림소나타 6

뉴욕 연주에서 잠시 짬을 내 시가를 둘러봤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에 커다란 충격과 아픔을 준 911테러의 현장 세계무역센터다.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있는 무역센터를 보며 이같은 참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911테러 경험 때문인지, 뉴욕은 테러에 대한 경계가 거의 노이로제에 걸린 듯 했다. 우리가 시내를 둘러보는 동안에도 관광객을 태운 버스 안에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관광객들을 모두 체포해 조사하는 등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우리는 테러범도 아닌데 괜스레 겁이났다.

어린시절 우리는 땅굴견학, 판문점견학 등으로 견학갔었다. 북쪽을 보면 북한사람이 있고 남쪽을 보면 남한사람이 있지만 그 경계선은 그저 휴전선이라는 금을 그어 놓은 것 뿐이었다.

어릴 때 아이들과 땅 따먹기 놀이 할 때도 금을 그어놓고 영역표시를 하며 놀았는데, 그런 단순한 '금'을 그어놓고 남-북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만큼 첨예하게 군사적으로 맞서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웬지 막막하고 갑갑하게 느껴졌다. 평화가 어떤 것일까.

무너져 이젠 환량한 터만 남아있는 세계무역센터 자리를 둘러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예수께서 가셨던 길을 따라가면 보다 쉽게 평화의 길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필그림앙상블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줄 수 있는, 평화의 메세지를 담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해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더 하게됐다.

▲뉴욕 소호거리에서 ⓒ필그림소나타

한편 뉴욕에는 음악학도들이 꿈꾸는 곳, 줄리어드 음악학교가 있다. 나는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 줄리어드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르지만, 유명한 상당수 클래식음악가들이 줄리어드 출신이라는 것을 들어온 터였다. 이런 나와는 달리 클래식음악 전공자들인 우리 팀원들은 줄리어드 학교를 보는 눈빛이 에사롭지 않았다. 나도 줄리어드 학교의 기념품도 사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줄리어드를 느껴보려고 애썼다. 음악인들의 꿈 줄리어드를 나오면 원하는 음악일을 할 수 있는 걸까.

일전에 한 대학의 총장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매년 3,000명 정도의 음악전공자들이 대학을 졸업하는데, 이 중 단 10%만이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한다. 그나마 연주자로 활동하는 사람은 그 중에서도 극소수다. 줄리어드 음악학교도 세계 음대 중의 하나일텐데, 이 학교를 졸업한 모든 사람들이 각자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을까.

잘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필그림앙상블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그렇게 뉴욕연주 일정들을 보내고 있는데, 뉴욕을 떠나기 전 한 남자집사님이 자신이 우리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사진을 전문으로 찍으시는 사진작가이셨고, 사진작가 두 분을 더 모시고 와 우리를 뉴욕의 좋은 장소로 안내해주시며 멋진 사진들을 찍어주셨다. 우리는 차 안에서 드레스로 갈아입고 뉴욕 한복판에서 연주하는 사진을 찍었다. 소호 거리에서도 도로 한 가운데에서 촬영을 했는데 지나가는 차들이 멈춰서 촬영을 도와주는 등 너무도 호의적이었다.

그 후 이듬해인가 이런 신문기사를 보았다. 뉴욕을 배경으로 몇 명 이상의 단체사진과 일정 시간이상 전문사진을 찍으려면 시당국의 허가와 함께 요금을 지불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뉴욕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도시배경을 세트로 간주하고 세트사용료를 내야하는 것이다. 아무런 값도 치르지 않고 멋진 사진을 찍은 것이 참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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