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회장 선거로 불거진 감리교 사태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등 감리교의 위상이 실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연회 감독들은 6일 모임을 갖고, 감리교의 현 문제점을 진단하는 한편, 감리교의 정체성 회복과 개혁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아현감리교회(담임 조경열 목사)에서 열린 ‘변화와 개혁 그리고 통합’이란 주제의 이날 심포지엄에선 정동제일교회 원로 조영준 목사가 기조 발제를 했고, 그룹별 발제 및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조영준 목사는 현 감리교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감독제의 권력화로 봤다. 조 목사는 “감독제가 권력화 되는 것을 철저히 막든가 폐지함으로써 감독직에 대한 부도덕한 욕망과 여기에서 나오는 부정부패를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목사는 특히 감독회장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문제 삼았다.
감리교 감독의 권한은 인사권과 행정 및 감독권이다. 한국 감리교회에선 감독이 목사를 파송하는 권한이 없어졌으므로 권한의 반 정도를 상실한 상태. 때문에 교단 유지재단 등 여러 기관을 통해 막강한 제도적 힘을 갖고 있는 감독회장 자리는 명망있는 감독들이라면 탐낼만한 자리. 조영준 목사는 “이것(감독회장의 권한)이 왜 그렇게 서로 감독회장이 되려고 하는 동기인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6세기 철학자 플라톤이 법(Law)이란 책에서 말한 삼권분립 그리고 영국의 정치가 로드 액톤이 남긴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적 권세는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을 인용한 조 목사는 “한 사람에게 과도한 특권을 주는 것은 부패의 시작”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감리교의 멘토 웨슬리가 1774년 발간한 책자에서 “만일 이것이 선교에 도움이 된다면 좋습니다. 만일 그렇지 모사다면 거기에 붙들려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에 “웨슬리는 교회조직에 대해 아주 대범한 태도를 가졌었다”며 “제도는 선교를 수행하기 위한 도구이지 선교가 제도의 도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조 목사는 지적했다.
문제점 진단에 이어 조 목사는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 감리교 사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했다.
감독과 감독회장 선출에 관한 소견을 표명한 그는 첫째 제비뽑기는 반대한다고 했고, 둘째 감독이나 감독회장 선거를 하려면, 로마카돌릭교회 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셋째로 감독직을 없애고 의장직을 택하는 것도 좋다고 주장했다.
▽ 제비뽑기는 반대한다= 조영준 목사도 한 때 너무나 과열되고 부패된 선거풍토 때문에 제비뽑기를 찬동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과열방지를 위한 과도기적 방편이지 정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투표권이 생명인데 양심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인물에게 깨끗한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없다면, 서거인 자체의 존재가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라고 했다.
▽ 감독회장 선거 로마카톨릭교회 식으로= 로마카톨릭교회 식이라면 입후보를 하는 것도 없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없다. 이것은 철저하게 추대되는 형식인 것. 조 목사는 “감독직에 나서는 사람이 스스로 적격이라고 뻐기고 다른 후보자를 해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은 성직자로서 부도덕한 일이며 동시에 동료의식을 파괴하는 행동”이라며 “그 후유증은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감리교 선교 풍토에 로마카톨릭교회 식 선거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정략적 선거풍토를 배제하고 성령의 도움을 구하며 양심에 호소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 감독직 보다 의장직 택하라=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감독직으로 생긴 분란과 폐해를 참조하면 구태여 감독직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조 목사는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각 부서를 지혜롭게 안배하여 조직하고 모든 것을 임기제이며, 책임제로 관할하는 것이 가장 개신교 정신과 민주주의 정신에 맞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그룹별 토론에서도 감독제 및 선거제도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이 중심 주제로 다뤄졌으며 감독들은 감리교의 정체성 회복과 정상화를 위해 계속적으로 발전적 논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참석한 140 여명의 서울연회 회원들은 포럼을 마친 뒤 ‘2009년 진정한 감리교회를 위한 서울연회 연합기도회’를 갖고, 감리교의 갱신을 부르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