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복음교회(담임 지관해 목사)에서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제2회 신학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신학세미나의 주제는 사도신경. 발표문은 따로 없었고, 발제자인 지관해 목사는 최근 펴낸 '40초의 고백'이란 저서를 중심으로 강연했다. 복음교회라면 독자성을 강조하는,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추구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구태여 보수적인 교회 조차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도신경을 언급한 것은 왜일까?
지관해 목사는 이날 강연에서 교권화되고, 물질에 예속되어 가는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기존 체제를 완전히 허물어 버리고, 다시 세우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뼈대만 괜찮다면 새로운 자재를 사용해 리모델링하는 방법이었다. 그 중에서도 지관해 목사는 후자를 택했다. 한국교회에 내려오는 전통과 유산 중에는 버릴 것 보다는 취할 것이 많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사도신경을 중심으로 책을 낸 것도 이날 강연의 주제를 사도신경으로 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 13일 오후 6시 서울복음교회에서 제2회 신학세미나가 열렸다. 지관해 목사가 사도신경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지관해 목사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한국교회의 위대한 전통과 유산이 있다. 이것을 버리고 갈 것인가? 아니면 계승해 갈 것인가? 의 갈림길에서 난 후자를 택했다"며 "성경도 그렇고 사도신경도 그렇고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뼈대만큼은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값어치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지 목사는 사도신경 등이 무의미한 반복 혹은 단순 교리나 신조어로 되풀이 되기를 거부했다.
지 목사는 "우리 삶 속에서, 신앙인으로서 나의 참된 고백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무의미한 반복이라면 우리가 사도신경을 외울 이유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사실 그는 책의 제목을 처음엔 '참 나의 고백'이라고까지 했다. 사도신경이란 오랜 유산을, 내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참된 신앙의 고백이 되게 하는 것. 지 목사는 성도들이 그런 고백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작은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려 했던 것이다.
그는 강연 중에 저서의 내용을 살펴보기도 했다. 참석자들에게 책을 나눠준 지 목사는 제2강 '전능하사'를 펼쳤다. 사도신경 도입에 들어가는 첫 마디. 전능하사. 우리는 정말로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믿기도 하지만 의심도 하는가? 지 목사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단 0.1%라도 믿으면 성공이라고 했다. 그는 "0.1%만 되어도 세상을 뒤집어 놓을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그 작은 믿음도 없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전능하신 하나님'에 대해 꾸밈없는 솔직한 지 목사의 견해도 털어놔 의심 많을 법한 성도들에게도 큰 위로와 용기를 줬다. "지금은 미소와 침묵 가운데 바라보고 계실 뿐이지요. 그러므로 사람은 하나님의 전능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읺는다고 해서 그 전능을 무시하거나 우습게 여거서는 안됩니다. 언제나 겸손하게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 안에서도 절제된 전능, 은폐된 전능을 봅니다. 군졸들에게 잡혀가실 때 베드로가 칼을 빼어들자 그를 만류하면서 말씀했지요. "거두어라. 칼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 내가 지금이라도 아버지에게 부탁하여 천군을 동원할 수 없는 줄 아느냐?" 예수는 그냥 잡혀줍니다. 십자가에 매달려줍니다. 창에 찔려줍니다. 침 뱉음 당해줍니다. 그것을 보며 사람들은 무력하다고 하면서 놀려대고 야유하고 실망하는 거지요. 그러나 이런 모습이야말로 무서운 전능이 아닐까요?"
그의 발제가 끝나자 참석자들 간 토론의 시간이 이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측에서 작은 개척교회를 시무한다는 한 목회자는 "복음교회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말할 줄 알았는데 뜻 밖이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자신이 복음교회 교인이라고 밝힌 또 다른 참석자는 "교회의 전통과 유산을 계승해 나가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형식을 넘어 내용면에서 참된 신앙 고백으로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도신경을 짚어 본 것에 참석자들 간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사도신경 재해석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했으며 이런 논의를 더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