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존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아 칼빈 연구를 통한 한국교회의 새로운 지평 열기가 교계 및 신학계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이오갑 교수(그리스도대학교)는 “한국교회가 역사를 유기했다”고, 이정숙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교)는 “한국교회의 직분 분화현상이 한국의 교회문화를 위계질서화시키고 있다”고 칼빈 연구를 통해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월간지 <기독교사상> 5월호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오갑 교수는 ‘깔뱅의 성격과 한국교회’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교회가 도피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 “세상에 아무런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세상을 등진 채, 자신들의 세계 속에서만 살아가려 하는 것이 도피주의”이라고 말했다. 이는 교회가 세상에서 더 이상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패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기필코 개혁되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주장하며, ‘역사에의 참여’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칼빈의 후예들인 개혁파들은 결코 과잉행동적이었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이 속한 사회에서 정의와 평화가 이뤄지도록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며, “그러나 현재 한국교회는 역사를 유기하고 있는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교회는 사회의 정의와 평화, 구원을 위해 기여하는 교회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상 권력이 신을 대신해 절대자의 자리를 취하고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며 평화를 해친다면, 불복하고 저항할 수 밖에 없다”며 역사 참여를 강조했다.
이정숙 교수는 종교개혁 이후 제네바 교회의 직분체계를 살피며, 오늘날 한국교회의 직분체계가 심각할 정도로 ‘위계질서화’ 됐다고 비판했다.
16C 중후반 제네바 교회의 직분체계를 구성한 4개의 직분은 목사, 교사, 장로, 집사로서 이 중 목사들은 제네바목사회를 중심으로, 교사들은 학교와 제네바아카데미, 장로들은 컨시스토리, 집사들은 병원을 중심으로 사역하며 건강한 직분제를 유지했지만, 현 한국교회 직분제는 직분을 위한 직분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서리집사는 안수집사가 되기 위해, 안수집사는 장로가 되기 위해, 또 권사가 되기 위해 가족과 직업을 소홀히 하면서 교회에 봉사하고 심지어는 고액헌금을 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장로선거 과열현상이 부정선거로 이어지고, 장로후보 부인들은 남편을 장로로 만들기 위해 온갖 봉사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한국교회의 기현상’으로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빈이 추구한 예배의 갱신과 평신도교육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자정효과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