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 전 장관은 6일 서울 라마다 동대문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 특별 강연을 통해 "미국이 (남북) 대화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먼저 "먼저 핵을 포기했다가 붕괴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핵개발 의혹을 받아 미국의 침공을 당한 이라크의 사례가 김정은에게 학습효과를 줬다"라면서 "미국이 압박한다고 해서 북한이 대가 없이 핵포기에 나서리라 기대하는 건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일(현지시간) "우리는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분명히 그 대화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미 국방부 로버트 매닝 대변인의 논평을 인용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대북특사단은 미국과의 조율을 거쳐 북한에 갔다. 그런데 다른 부처 보다 미 국방부가 먼저 나서서 남북 대화에 좋은 징조가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상당한 정보를 축적한 국방부에서 이 같은 논평이 나왔다는 건 대북특사단이 긍정적인 성과를 갖고 워싱턴으로 오리라는 기대감의 표현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미국도 (대화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대북특사단이 잘 설득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입장을 바꾸리라고 생각한다."
정 전 장관은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의 말이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을 때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일고 있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우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모멘텀을 이어나가기 위해 고위급 회담, 군사회담, 적십자 회담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은 북핵문제 해결 가능성이 희미하게라도 보이는 시점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