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자 루터가 자신의 저작 등에 이솝 우화를 자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루터가 우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는지를 분석하는 세미나가 열려 주목을 받고 있다.
루터대 이지성 교수는 최근 열린 '루터 종교개혁의 길목에서 이솝 우화를 만나다' 한국루터란아워 연속 강좌에서 루터의 이솝 우화 사용을 율법의 기능의 차원에서 분석했다.
이지성 교수는 특히 루터가 이솝 우화를 사용하면서 도덕적 교훈을 주어 세상을 계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극복하게 해 주는 율법의 기능'을 활용하고자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지성 교수는 "루터의 이솝 우화에는 언제나 어리석고 악의적인 행동들이 처벌을 받거나 착한 동물들이 해피앤딩을 맞이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결국 인간들은 이러한 세상이 모두 그렇거니 자신의 삶을 자포자기 하게 되는 경우도 생겨난다. 루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솝 우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을 모두어 안고 거기서 새로운 통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율법의 두 번째 기능, '신학적 기능'은 인간을 절망하게 하면서 의로운 길로 인도하게끔 하기 때문이다"라며 "결국 루터는 이솝 우화를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 안에서 만나게 될 때, 율법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하나의 소품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루터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사자와 당나귀' 우화가 오늘날 이 시대에 갖는 의미도 살폈다. 이지성 교수는 "루터는 이 우화를 통해 결국 젊은 사자와 동물들이 헛된 십자가의 망상에서 깨어나 참된 그리스도의 십자가, 값진 복음에 다가서기를 바랐다"며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십자가는 영광의 빛으로 가득하고 복음은 합격과 복권 당첨 소식에 가리워져 있다"고 고발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솝이 살던 시대나 루터가 그 우화를 옮겨 심던 상황이나 지금이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면서 "잘 먹고 배부르게 해주면 만사 그만이라고 여기며 폭군 사자 아래서 무위도식 하는 동물들이나 그런 백성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지도자들, 그리고 게으르면서 욕심만 가득한 당나귀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