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지성인 이어령의 암 투병 근황이 전해졌다. 죽음과 생명이 한데 얽혀 있다는 자각 속에서 이 교수는 암과 동고동락 하고 있었다. 이어령 교수(이화여대 명예석좌)는 한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과일 속에 씨가 있듯이, 생명 속에는 죽음도 함께 있다. 죽음이 없다면 어떻게 생명이 있겠나. 죽음의 바탕이 있기에 생을 그릴 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령 교수는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으며 현재 방사선 치료도 항암 치료도 받지 않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 있는 이어령 교수는 다만 석 달 혹은 여섯 달마다 병원에 가서 건강 체크만 하고 있단다.
이어령 교수는 "영원히 살면 괜찮다. 그런데 누구나 죽게 돼 있다. 그래서 죽음을 생각하는 삶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정월 초하루에, 그 좋은 새해 첫날에 왜 죽음에 대한 노래를 부르겠나. 죽음을 염두에 둘 때 우리의 삶이 더 농밀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 세상에 스스로 된 게 있나. 의존하지 않는 게 있나. 의지하는 뭔가가 없다면 그 자신도 없어진다. 그러니 '절대'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 '스스로 된 것'은 뭔가"라고 질문에는 "스스로 있는 것은 외부의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게 '자연'이다. 그게 '신(神)'"이라고 이 교수는 답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의 의미를 묻자 "우리는 '너 예수교 믿어?'하고 묻는다. 그건 교(종교)를 믿느냐고 묻는 거다. '너 신을 믿어?' 하는 물음과는 다른 이야기다. 교를 믿는 것과 신을 믿는 것은 다르다"고 용어 정리를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인간은 단 1초도 무엇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독립적으로 설 수 없는 인간 실존의 한계를 지적하는 동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주체인 인간에게 기꺼이 버팀목이 되어주신 스스로 있는 존재, 즉 신(神)에 대한 탁월한 해명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끝으로 이어령 교수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인간이 죽기 직전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유언이다. 나의 유산이라면 땅이나 돈이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 묻어두었던 생각"이라며 "내게 남은 시간 동안 유언 같은 책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