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진보·보수 진영논리...학습당한 패러다임 절대화 현상"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기윤실·크리스챤아카데미 공동 세미나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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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편견의 가장 보편적인 특징은 '선악이원론'과 '흑백이원론'이며 조금 낮은 단계의 편견의 보편성은 '진보와 보수 진영논리'로 나타난다. 인간은 자기가 습득하고 경험하고 학습당한 패러다임을 절대화하고 자기와 다른 입장을 단죄, 비판, 백안시 한다."

지난 19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크리스챤아카데미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허구적 이념 틀에 갇힌 진보와 보수, 틀을 깨고 넘어설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이날 첫 번째 순서로 발제에 나서 "인간은 해석학적 동물"이라며 "인간을 해석학적 존재라고 하는 이유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와 사도 바울이 개종 전에 가졌던 유대교적 메시야관에서 '눈의 비늘'처럼 사물과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행위에서 쉽게 편견에 사로잡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 스스로 이 동굴과 비늘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종교적 회심경험, 둘째는 끊임없는 비판적 자기성찰, 셋째는 자연과 역사가 주는 패러다임 전환의 충격이다. 현재 한국 사회와 기독교는 전염병의 대재앙과 총선결과로 카이로스의 위기에 처해 있으나, 이것은 곧 기회"라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 총선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허물고, 세워야 하는가"라며 "먼저는 한국 사회를 이념적으로 양분시키고, 갈등관계로 몰아갔던 정치적 이념, 편 가름이 소모적 허구논쟁이었음을 드러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빛의 자녀들과 어둠의 자식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성장주도경제와 분배중시경제 등 모든 형태의 이원론적 도식에 사로잡힌 갈등과 투쟁이 나라의 주권자인 시민의 생명과는 관계없는 논쟁이었음을 드러냈다"며 "생명을 위해 그동안 이념 대립적 양편의 정책이 얼마든지 패러다임 융합을 통해 서로 보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념과 국가를 위해 사람이 있지 않고, 사람을 위해 그것들이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에 대한 환상...한국 기독교 성숙 방해"

또 "코로나19 팬데믹은 깨어있는 지구촌 시민들로 하여금 근대 이후 지난 300년간 서구사회와 지구촌을 지배해 왔던 자본주의 경제원리와 신자유주의 이념이 더 이상 지탱 가능하지 않으며, 지구문명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음에 커다란 경각심을 갖게 하고 그 탈출적 대안을 모색하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복음이 지향하는 정치·경제적 패러다임이 자본주의와 본질적 친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기독교의 이념적 선입견을 깨트리고 편견에서 벗어나는 과제가 시급하다"며 "복음은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재앙과 총선 결과는 보수적 기독교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적 숭미주의, 미국메시야니즘, 미국 예외주의 신화에 금이 가게 했다"며 "미국은 네 가지 얼굴을 가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교도 정신에 기초한 미국, 기독교적 휴머니즘이 강했던 정의와 자유 수호국가로서의 미국, 지극히 세속적 국가로서 국가이기주의와 세계 패권주의에 병든 미국, 개인의 절대자유와 기업의 자유를 강조한 나머지 심한 인종차별과 빈부격차와 비인간화가 엄존한 미국 등 네 가지 얼굴 모습을 구별하지 못했다"며 "미국에 대한 환상은 한국 기독교의 건전한 성숙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팬데믹은 지구촌 의식을 강화시켰고, 지구행성에 살아가는 인류종은 물론이고 다른 생명체 종들과 자연 그 자체와 서로 유기체적 관계로서 존재하여 만물공동체라는 자각과 동시에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경외'를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종갈등과 더불어 인류를 위협하는 종교갈등과 관련해 "이웃종교들에 대한 기독교의 배타적 우월주의, 백인중심의 기독교 선민의식, 오로지 개종을 강조하는 타종교 문화 지역 해외선교는 그 타당성과 매력을 잃어버리게 됐다"며 "세계 종교들은 어느 종교가 더 우월한 참 종교인가를 다투는 한가한 시간은 없다. 오로지 뜻과 지혜를 합쳐 금세기 말 안에 현실화될 산소부족, 기온폭등, 사막화, 식량부족 등 현실적 위기에 대처할 실천적 협력이 중요하며, 종교 간의 대화협력은 권고 사항이 아니라 필요불가결한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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