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복음〉, 〈요한 비밀의 서〉, 〈베드로의 묵시록〉 등이 수록된 초기 기독교 영지주의 사상을 담고 있는 '나그함마디 문서'는 1,600여 년간 정통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정죄 받고 땅속에 묻혀 있다가 1945년에야 비로소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됐다. 그로부터 다시 80여 년이 지나 드디어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그간 〈도마복음〉을 중심으로 단편적으로 번역된 책이 그나마 몇 있으나 이 책은 나그함마디 문서 52편 모두를 수록한 국내 최초의 완역판이다.
일반적으로 영지주의는 영혼과 물질을 이원론적으로 나누는 것으로 초기 기독교 사상이 정립되던 1세기부터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 지속 영향력을 가지고 소수파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명 삼위일체 논쟁이라고도 하는 니케아종교회의에서 이단 사상으로 규정하여 파문되고 말았다(321년). 아리우스(Arius, 250 또는 256~336)를 필두로 한 영지주의는 아타나시우스(Athanasius, 295~373)를 중심이 된 다수파에 의해 이단 사상으로 정죄당하고, 그로부터 정통주의 기독교로부터 배제당하고, 말살되었다. 그 후 367년경 영지주의 신봉자들에 대한 파문, 화형뿐 아니라 영지주의 경전들도 일체 발본색원하여 폐기했다.
《나그함마디 문서》는 이집트 지역 나그함마디 마을 근처에 있었던 파코미아수도원(Pachomian monastery)에서 이를 피해 항아리에 밀봉하여 보관하던 것이었는데, 1945년 모함마드 알리라는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실제 그 원본 중 〈도마복음〉, 〈진리의 복음〉, 〈이집트인들의 복음〉 같은 것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 이레니우스, 오리게네스 같은 초기 교회 창시자들에 의해 기재되었으며, 현대 학자들은 그 사본의 일부가 늦어도 기원 15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일어난 십자군 전쟁 때 이슬람과의 전쟁 못지않게 영지주의에 대한 대대적인 정화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비록 이단으로 규정되었으나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수도원이나 여러 종파주의 운동으로 남아 있던 영지주의에 대한 대대적인 말살 작업이 진행되었다. 만약 《나그함마디 문서》가 초기 기독교 교부 시절 말고도 중세 시절에 발견되었더라면 아마 이 문서는 파기되어 영영 묻혔을 것이다.
《나그함마디 문서》는 영지주의 사상의 진본으로서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고 1970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이집트 문화부와 유네스코가 사본의 형태로 출판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성서학자 제임스 로빈슨(James M. Robinson)을 필두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동 번역팀을 결성하여 1977년 처음 영어판 번역서를 출간하였다. 그 후 세계 여러 학자가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였고, 현재 세계 여러 나라말로 출판되어 있으며, 미국 영지주의 교단 웹사이트 등 많은 웹사이트에 콥트어 원본과 함께 번역본이 공개되어 있다.
이 문서가 정통주의, 보수적인 신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에서는 일부 성서신학자, 특히 신약학자들에게만 연구서로서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을 뿐 일반 교인이나 인문학 독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도마복음〉 서적 번역서가 여러 번 출간되면서 그 원본이자 그와 다른 영지주의 사상이 들어있는 《나그함마디 문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삼위일체와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며, 불교 사상과 상통한 비정통적인 기독교 사상이라고 폄하하고 이에 대한 연구나 소개조차 금기시한 한국교회 풍토에서 완역본이 출간되지 않았다. 출판사 측은 "이제 기독교 사상의 한 축으로서, 인류사상사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서 《나그함마디 문서》가 소개되고, 탐구되는 일에 그 초석으로서 의의가 있는 책이다"라고 평가했다.
한일장신대에서 가르쳤던 차정식 교수(신약학)는 추천사에서 "영지주의는 정통을 독점한 주류 기독교 내에서 한때 이단으로 정죄당해 변방으로 밀려나고 역사의 지평에서 사라져간 듯했다. 그러나 면면히 서구 지성사를 관통하고 그 사상사 저변에 복류하면서, 특히 서구 근대의 지성에 적잖은 자양분을 공급해 온 게 사실이다"라며 "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서구에서 오래전 번역된 이 나그함마디 문서의 한글 번역이 이제라도 완료되어 퍽 다행이다. 이 중요한 1차 문헌자료의 번역으로 이 땅의 신약성서학계와 고대 기독교사상사 영역의 연구는 물론 고대 영지주의 사상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도전과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