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이지수 기자 |
신학대 교수(그리스도신학대 종교철학과)를 역임하다가 지금은 철학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나의 인생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기독교 신앙을 변증했다.
어릴 때부터 신앙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김 교수는, 6일 한국기독교연구소(소장 김준우) 주최로 청파감리교회에서 열린 ‘제 13회 예수포럼’에서 자신의 신앙과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의장을 역임하고 학벌없는사회만들기를 창립했으며 현재5.18 기념재단 이사로 있는 등 활발한 사회운동가로도 이름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먼저 자신의 신앙이 형성된 과정부터 소개했다. 어렸을 적 개척교회를 하는 부친의 영향으로 절대자와 절대적 가치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됐지만, 청년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전능하고 선하신 신이 창조한 세계가 왜 이토록 고통과 불행으로 얼룩져 있는가?’라는 의문에 번뇌하다, 당시 감신대 교수였던 변선환 교수를 찾아간다.
그는 변 교수로부터 ‘신앙은 확신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는 것이고, 모든 참된 신앙인들은 끊임 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던 사람들이었다’는 대답을 듣고, 그것으로 자신의 신앙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예수의 가르침이든 부처의 가르침이든 그것은 측량할 수 없고 끝끝내 다가갈 수 없는 절대자의 옷자락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또 그 허무함이 절대자가 인간에게 선물한 자유의 반대급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비극적 체념’을 극복하고 난 후, 김 교수는 자신이 기독교 신앙을 잃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적인 열정을 가지고 사회운동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EYC(한국기독청년협의회)에서 진보적인 기독교 학생운동을 폈고, 야학운동에도 몰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진보적인 지식인의 축에 들고, 스스로를 공산주의자니 사회주의자니 말하고 다니지만 단 한번도 유물론자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히며, 한국교회가 ‘물질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질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소유욕으로 이어진다며, “그러한 욕심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성도들이 아나니아와 삽비라와 같은 사람들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자기간증적인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복음서는 자기간증이다. 복음서의 기자들은 자신이 어떻게 예수를 만나고 들었다는 것을 썼다”며 “그러므로 모든 복음은 새로이 쓰여져야 한다. 각 개인이 자신의 마음을 거울 삼아 절대자를 비추고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절대자와 만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데는 씨알사상의 주창자 함석헌 선생의 영향이 컸다며, 그의 글이 복음서는 아니지만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하나님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는 느낌 그 이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함석헌으로부터 ‘내가 하나님 되는 신앙’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내가 하나님 된다는 것은 내가 하나님의 권력을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고 다스리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고통이 내 고통이 되고 세상의 모든 죄가 나의 죄가 되며 세상의 모든 기쁨이 내 기쁨이 되어 개별자로서의 나는 세상 속에 사라져 없어져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역사에서 기독교가 남북 화해와 좌우 화해의 역사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1 운동 때 성조기 들고 만세 외치던 사람들을 진보적인 운동가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며 부친이 6.25 때 인민군에게 2번이나 잡혀 죽을 뻔 했지만 때맞춘 미국의 요새 폭격 등으로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러한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를 이해한다며, “남과 북은 결국 서로를 용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그는 남한도 북한도 비정상이라며, 남한에서는 어떤 종류의 공산주의도 일체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은 진정한 교회가 없는 ‘기독교 멸균’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하고, “이제 한국의 기독교가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어야 할 때다. 역사의 화해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자신이 말하는 공산주의는 “돈을 섬기는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는 세상”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는 공산주의이지, 공산주의에 대한 일반적 개념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