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71)가 며칠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51살에 개척한 높은 뜻 숭의교회의 숫적인 부흥을 회고하며 "더 부흥하고 더 커지고 성장하고 더 높이 올라가는 건 내 생각에도 어렵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그 때 하나님이 주신 기막힌 생각, 깨달음은 내려가야 산다"였다고 전했다. 이에 김 목사는 교회 부흥 기류를 타고 있을 때 은퇴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날기새 비전 아카데미' 강의를 준비 중인 그는 강의를 위해 필요한 책을 저술 중인데 그 토막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있다. 22번째 꼭지로 올린 '내려와야 산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김 목사는 고지에 오르려는 욕망을 물리치고 저지로 향해야 하는 삶의 통찰을 나눴다.
<청부론>을 펴내면서 크리스천이 깨끗한 부자가 될 것을 호소했고 나아가 크리스천의 성공에 대한 열망의 정당성마저 제공하는 고지론까지 주장한 그에게 우리사회의 성공신화에 편승한 기복주의 신앙을 조장하고 있다는 혐의가 씌워졌던 것은 일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글에서 김 목사는 고지론의 핵심이 고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저지로 향하는 것임을 보여주며 이러한 류의 비판에 대해서 반박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김 목사는 먼저 "51살에 높은 뜻 숭의교회를 개척했다. 숫적인 부흥이 있었다. 솔직히 좋았다. 그런데 한 편으로 무서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문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아이들을 인터뷰한 기사에 이런 말이 있었던게 생각난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건방지다 욕 먹을까봐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부흥이 제일 쉬웠어요' 기류를 탄 것 같았다"며 "독수리가 기류를 타면 날개짓을 거의 하지 않는다. 기류를 타지 못하면 죽어라 날개짓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단 기류를 타면 그냥 날개를 펴고 있기만 해도 높이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목사는 "더 부흥하고 더 커지고 성장하고 더 높이 올라가는 건 내 생각에도 어렵지 않았다"며 "날개만 펴고 있어도 올라갈 수 있는데 날개짓까지 한다면 원 없이, 한 없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때 하나님이 주신 기막힌 생각, 깨달음은 내려가야 산다. 올라만 가면 죽는다"였다고 전했다.
고산을 정복하는 등산가들의 얘기도 꺼냈다. 김 목사는 "고산을 정복하는 등산가들 남들 밟아도 못 본 정상을 정복한다. 그 기쁨과 감격 말로해서 뭐하랴? 그런데 저들은 참 지혜롭고 냉정하다. 그곳에 머물려하지 않는다"며 "사진 몇 장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정상에 도취하여 늦어지면 위험하다. 하산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하산에 실패하면 죽는다. 등산의 최종적인 성공은 정상정복이 아니다. 무사 하산이다. 정상을 정복한 후 하산에 실패하여 산에서 죽은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이랴?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목회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이에 김 목사는 높은 뜻 숭의교회가 부흥 기류를 타고 있는 그 즈음 은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정말 평생 가장 많이 생각하고 준비한건 은퇴였다. 은퇴의 설계도를 정밀하게 그리고 수정하고 훈련하고 연습하고 기도했다. 그리고 거의 훈련한대로 은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은퇴 7년차인 근황도 나눴다. 김 목사는 "벌써 은퇴 7년 차다. 하마트면 높은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죽을 뻔했다. 가끔 정상이 그리울 때가 나도 있다. 가끔 그 때 정상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면 행복하다"며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건 내 발이 땅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하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내려오지 못하고 정상에서 산 밑을 그리워하고 있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올라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근사한 일이지만 아무리 좋아도 거기 머물면 죽는다. 내려와야 산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높은 뜻 교회는 내 목회의 정상이었지만 아직도 내가 내려오지 못하고 거기에 머물러 있다면 높은 뜻 교회는 지금 내 무덤이 되었을 것이다"라며 "나는 죽음을 준비한다. 죽음은 하산이다. 내 인생의 진정한 성공은 잘 죽는 것이다. 죽어야 산다. 잘 죽는게 잘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