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김동호 목사, "교회 부흥할 때 은퇴 준비 했다"

"목회의 정상에 도취되어 머물러 있었다면 무덤 됐을 뻔"

kimdongho
(Photo :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

김동호 목사(71)가 며칠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51살에 개척한 높은 뜻 숭의교회의 숫적인 부흥을 회고하며 "더 부흥하고 더 커지고 성장하고 더 높이 올라가는 건 내 생각에도 어렵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그 때 하나님이 주신 기막힌 생각, 깨달음은 내려가야 산다"였다고 전했다. 이에 김 목사는 교회 부흥 기류를 타고 있을 때 은퇴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날기새 비전 아카데미' 강의를 준비 중인 그는 강의를 위해 필요한 책을 저술 중인데 그 토막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있다. 22번째 꼭지로 올린 '내려와야 산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김 목사는 고지에 오르려는 욕망을 물리치고 저지로 향해야 하는 삶의 통찰을 나눴다.

<청부론>을 펴내면서 크리스천이 깨끗한 부자가 될 것을 호소했고 나아가 크리스천의 성공에 대한 열망의 정당성마저 제공하는 고지론까지 주장한 그에게 우리사회의 성공신화에 편승한 기복주의 신앙을 조장하고 있다는 혐의가 씌워졌던 것은 일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글에서 김 목사는 고지론의 핵심이 고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저지로 향하는 것임을 보여주며 이러한 류의 비판에 대해서 반박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김 목사는 먼저 "51살에 높은 뜻 숭의교회를 개척했다. 숫적인 부흥이 있었다. 솔직히 좋았다. 그런데 한 편으로 무서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문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아이들을 인터뷰한 기사에 이런 말이 있었던게 생각난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건방지다 욕 먹을까봐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부흥이 제일 쉬웠어요' 기류를 탄 것 같았다"며 "독수리가 기류를 타면 날개짓을 거의 하지 않는다. 기류를 타지 못하면 죽어라 날개짓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단 기류를 타면 그냥 날개를 펴고 있기만 해도 높이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목사는 "더 부흥하고 더 커지고 성장하고 더 높이 올라가는 건 내 생각에도 어렵지 않았다"며 "날개만 펴고 있어도 올라갈 수 있는데 날개짓까지 한다면 원 없이, 한 없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때 하나님이 주신 기막힌 생각, 깨달음은 내려가야 산다. 올라만 가면 죽는다"였다고 전했다.

고산을 정복하는 등산가들의 얘기도 꺼냈다. 김 목사는 "고산을 정복하는 등산가들 남들 밟아도 못 본 정상을 정복한다. 그 기쁨과 감격 말로해서 뭐하랴? 그런데 저들은 참 지혜롭고 냉정하다. 그곳에 머물려하지 않는다"며 "사진 몇 장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정상에 도취하여 늦어지면 위험하다. 하산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하산에 실패하면 죽는다. 등산의 최종적인 성공은 정상정복이 아니다. 무사 하산이다. 정상을 정복한 후 하산에 실패하여 산에서 죽은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이랴?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목회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이에 김 목사는 높은 뜻 숭의교회가 부흥 기류를 타고 있는 그 즈음 은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정말 평생 가장 많이 생각하고 준비한건 은퇴였다. 은퇴의 설계도를 정밀하게 그리고 수정하고 훈련하고 연습하고 기도했다. 그리고 거의 훈련한대로 은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은퇴 7년차인 근황도 나눴다. 김 목사는 "벌써 은퇴 7년 차다. 하마트면 높은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죽을 뻔했다. 가끔 정상이 그리울 때가 나도 있다. 가끔 그 때 정상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면 행복하다"며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건 내 발이 땅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하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내려오지 못하고 정상에서 산 밑을 그리워하고 있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올라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근사한 일이지만 아무리 좋아도 거기 머물면 죽는다. 내려와야 산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높은 뜻 교회는 내 목회의 정상이었지만 아직도 내가 내려오지 못하고 거기에 머물러 있다면 높은 뜻 교회는 지금 내 무덤이 되었을 것이다"라며 "나는 죽음을 준비한다. 죽음은 하산이다. 내 인생의 진정한 성공은 잘 죽는 것이다. 죽어야 산다. 잘 죽는게 잘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글을 맺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