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한신대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사진 가운데
전철 한신대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조직신학)가 『신학사상』 2023년 봄호에 급격하게 진화하는 인공지능 문명과 그 파장 속에서 종교의 핵심 과제를 성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신, 인간, 사물- 신의 창조와 사물의 진화'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그는 신의 창조와 사물의 진화에 대한 재구성을 모색해 인공지능 시대의 창조의 신학적 의미를 발굴했는데 인간과 신의 관계를 창조성의 형이상학(metaphysics of creativity)으로 명명되는 화이트헤드의 사상에 비추어 조명했다.
전철 교수에 따르면 화이트헤드는 자신의 형이상학적 체계를 지탱하는 가장 궁극적인 범주로서 다자(many), 일자(one), 창조성(creativity)을 제시했으며 이 궁극자의 범주는 모든 범주의 기초가 되고 사물의 본성에 깊이 각인된 것으로 제안했다.
화이트헤드에게 있어서 인공, 인간, 신의 관계는 모든 사물들의 관계성의 산물과 발현인데 이 모든 발현의 기저에서 작동되는 다자에서 일자로의 창조적 전진(creative advance)이 사물의 진정한 본성에 해당한다.
이에 전철 교수는 "기술작품으로서의 인공지능과 창작자로서의 인간 지능의 대립항은 화이트헤드가 강조하는 창조성의 범주 안에서 극복된다"며 "이제 인공지능의 출현을 특정한 인간 그룹의 디자인으로 해석하기보다 사물들이 머금고 있는 창조성의 관점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이트헤드는 신과 세계의 관계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면서 신과 세계가 서로 교감하고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강조했다"며 "이러한 방식은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의 모색에도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창조와 피조의 대립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창조의 구상은 사물들의 창조와 그 특이점을 의식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중요한 신학적 과제"라며 세계의 창조를 신의 인과적 행위로 접근하는 해석의 한계를 지적한 미하엘 벨커의 상호연결성의 관점을 주목했다.
전철 교수는 "벨커는 이러한 상호연결성의 관점에서 창조의 문제를 바라본다. 하나님의 활동과 피조물의 활동은 선형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나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며 "벨커는 창조를 자연적이고 문화적인 과정들의 상호의존의 관점에서 해석한다"고 전했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 설정에서 있어서 적절치 않은 계시 개념이 지닌 폐해도 지적했다. 전철 교수는 "계시 개념이 먼지와도 같은 피조물을 신적인 삶의 정향으로 전환시키기도 하나 이 계시 개념은 오히려 피조물을 신의 자리로 격상시키는 휘브리스를 촉발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회퍼는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에만 교회이다라는 관계론적 교회론 명제를 제시했다"며 "계시도 마찬가지로 관계론적 측면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계시 또한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에만 그리고 타자와 연결되어 존재할 때에만 진정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계시의 의미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찾으려는 현대 신학에 대해 "인간은 타자와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존재와 의미를 깨닫는다"라며 "따라서 계시의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다양한 타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인간 너머의 사물을 향한 책임성을 더욱 확대하는 과정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