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바울은 성차별주의자 아냐...특수상황 고려해야"

혜암신학연구소, 2023 봄학기 제2차 신학세미나 열려

kwak
(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곽혜원 박사(경기대)가 혜암신학연구소 2023년 봄학기 2차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안암동 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신약성서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계'라는 주제로 2023 봄학기 제2차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여성 억압적 텍스트로 자주 등장하는 바울 서신과 관련해 "특수상황을 고려했을 때 바울은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바울 서신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계'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곽혜원 박사(경기대)는 먼저 "여성 주도로 성혁명이 일어난 작금의 상황 속에서 이 시대 문명을 책임지려는 여성들의 역할과 사명이 문제 해결의 핵심적 관건"이라며 "특별히 크리스천 여성들의 역할과 사명을 일깨워야 하는데, 곧 인류의 미래를 거시적으로 내다보는 혜안(慧眼)과 인류의 안녕(安寧)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사려 깊은 책임감, 21세기의 시대적 과제인 건강한 가정공동체를 재건하려는 건전한 사고, 무엇보다도 성결한 신앙을 가진 깨어있는 크리스천 여성들의 헌신적 사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크리스천 여성들의 사명을 다지는 데 있어서 성경 본문에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곽 박사는 특히 여성 억압적 텍스트로 자주 등장하는 바울 서신과 관련해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진리에 근거하여 당시 특수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 합당한 생활 규범을 권면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바울을 성차별주의자로 오해한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운을 뗐다.

곽 박사는 "사실 바울은 여성 경시 풍조가 지배했던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권, 유대 종교 문화권에서 성별·인종·계급의 차별을 거부하고 평등과 통합을 강조한 급진적 사상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성차별을 포함한 사회적 차별에 대한 바울의 입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씀은 갈라디아서 3장 28절인데, 이를 통해 그가 당시의 시대적 풍조와 대비되게 편협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며 "'유대 사람이나 그리스 사람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차별이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다 하나이기 때문입니다'는 예수께서 유대 관습과 전통에 대단히 혁신적이셨듯이, 바울도 당대 문화권에서 매우 진보적인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곽 박사는 "고린도전서 14장과 디모데전서 2장에 나타난 바울의 부정적 교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고린도전서 14장, 디모데전서 2장에 나타난 여성에 관한 부정적 교훈은 갈라디아서 3장 28절, 고린도후서 5장 17절, 고린도전서 12장 13절의 긍정적 본문에 비추어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성과 여성의 유기적 하나 됨과 관련하여 바울의 중요한 신학적 공헌인 '그리스도의 몸'(soma christou, 롬 12:5; 고전 10:16; 12:27)에 대한 성찰이 필요불가결하다"며 "한 지체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고통과 영광을 느낄 때, 모든 지체가 그것을 함께 느낀다. 이처럼 인간의 몸의 유기체 안에서 모든 부분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듯이, 서로 지체된 남성과 여성의 상하관계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바울에게 있어서 남녀관계를 주종관계로 해석한다면, 이것은 바울을 일관성 없는 사도로 만들거나 바울의 전체 가르침을 왜곡하는 일일 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바울의 여성 이해를 새롭게 해석하고 남녀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곽 박사는 남성과 여성이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파트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은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하지 않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동역자이자 코이노니아를 나누면서 살아가는 파트너"라며 "특별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마지막 시대에 하나님께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동일한 계명을 주셨고, 예수님의 구원과 성령의 은사를 주셨으며, '하나님 나라'의 상속을 위해 남성과 여성 모두를 부르셨다"고 했다.

kwak
(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혜암신학연구소 2023 봄학기 2차 세미나를 마치고 세미나 및 연구소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한 모습.

발제에 이어 논평을 한 정일웅 박사(총신대 전 총장)는 "바울에게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근본이해는 상하관계가 아니며, 더더욱 주종 관계도 아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섬김에 남녀는 새로운 관계의 정립이 필요하며, 전환점이 요구됨을 또한 강조한다"며 "그것은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존중)하면서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동역자이자, 코이노니아 가운데 있어야 할 파트너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논평한 황현숙 박사(협성대 명예교수)는 "그리스도 복음의 평등과 사랑이라는 큰 틀에서 사회 문제와 성차별 등등 비인간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피력했고, 새로운 교회부흥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정경으로서의 성서와 그 저자들의 의도가 제대로 해석되어 그리스도교를 세워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지적했다"고 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