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가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양규 장군을 언급하며 목사들이 그의 애국애족 정신을 "1만분의 1만큼"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차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어떤 바람'이란 제목의 글에서 종종 개교회 울타리에 갇혀 나라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개신교 목사들을 향해 "나는 목사가 자신이 담당해 목회하는 교회 하나 제대로 건사하며 갖가지 잘 챙기는 게 얼나나 힘들고 버거운 일인지 잘 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큰 교회는 큰 교회라서,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는 영세한 형편이라서 각기 고유한 사정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힘들며 바쁘다"며 "그러나 이 세상에서 농사를 하든, 물고기를 잡든, 사업을 하든, 크고 작은 직장에서 샐러리맨으로 일하든, 그만큼 힘들고 어렵지 않은 일이 어디 있으랴"라고 했다.
차 교수는 그러나 "그 힘들고 바쁜 와중에도 목사가 나라 돌아가는 일에 2%라도 관심을 갖고 염려하며 이 나라와 민족이 온전히 건사하고 무난히 생존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무언가 행하며 노력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KBS 9시 뉴스나 조중동 헤드라인 뉴스에 나오는 피상적인 정보로 대강 상황 파악하고 습관적으로 혀를 차며 탄식하는 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국방 외교 문화 등의 다양한 현장 구석구석에 섬세한 촉수를 드리워 상세하고 정확하게 속사정을 이해하고 비판적 의식으로 무장하여 그 관심의 밀도와 농도가 충분하고 충만해진다는 뜻이다"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목사의 역할도 상기시켰다. 그는 "그런 관심을 갖게 되면 비로소 정직하게 발언하게 되고 담대하게 참여하게 되며 동시대의 민주적 동료 시민사회 일원으로 어떤 길이 이 나라와 민족의 생존을 위해 바람직한 길인지 분별하게 된다"며 "그러한 적극적 관심은 교인들 모아놓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막연하게 통성기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거란의 2차 고려 침략시 흥화진성을 지키며 수십 배 많은 적군을 맞아 수차례 무찔렀고 중과부적의 열세인 군사를 이끌고 곽주성을 탈환해 적의 보급 루트를 차단했으며 이후 퇴각하는 거란군 본진에 맞서 게릴라 전법으로 7차례 싸워 대승을 거두고 포로로 끌려가던 고려인 동족 3만여 명을 구해낸 양규 장군을 언급했다.
차 교수는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양규 장군의 이런 마음과 자세, 그 용기와 열정의 1만분의 1만큼이라도 애국애족 정신을 오늘날 목사들이 갖는다면 작금에 미일중러 앞에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당면한 이 국가공동체의 열악한 처지를 떨치고 분발하여 다시 국제무대에서 당당한 국력을 발양하고 문화선진국으로 국위를 선양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백령도 근처 서해안에 남북한이 포격을 주고받고 다시 1970년대 7.4 공동성명 이전 국면으로 되돌아가 서로 적대시하며 언제 국지전이 일어나도 이상치 않은 현실이 되었다"며 "이처럼 안팎으로 치이고 부대끼며 쪼그라드는 이 나라 꼴을 멀뚱하게 방치한 채 제가 맡은 개교회의 울타리 안에 따개비처럼 붙어 그저 소시민 중의 소시민으로 좌고우면하며 제 잇속에 매여 눈치나 보고 동류끼리 모이는 군중집회에서 가끔 멋진 사자후를 토해내는 걸로 만족하는 현실이 안쓰러워 새해 맞아 이런 무력한 바람이나마 희망사항으로 피워 올려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