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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1절 봉기, 마사다 항쟁, 십자가 결전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 한국신학아카데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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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조선 민족의 자주독립을 만방에 선언했던 3.1절 105주년을 맞으면서 유달리 감회가 새롭다. 오늘날 세계와 우리 사회의 모습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 기간은 교회력으로는 예수의 십자가 처형사건을 비롯하여 부활절 이전까지 40일간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 의미를 묵상하고 신앙 자세를 가다듬는 사순절 기간이다. 필자는 삼일만세 봉기, 유대인의 장엄한 마사다 항쟁, 그리고 빛과 어둠 세력이 결정적으로 대결한 진리 싸움으로서의 십자가 결전, 그 세 가지 역사적 사건의 의미 연관적 뜻을 되새김하고자 한다.

자주독립 주권 선언, 약육강식의 식민주의 비판, 비폭력 평화 투쟁

1919년 독립선언문 안에 담긴 높은 역사의식과 고귀한 철학은 언제나 보아도 자랑스럽다. 그 선언하는 주장은 조선이라는 나라는 소위 먼저 개화했다고 우쭐대면서 19세기의 케케묵은 엉터리 사회진화론을 숭배하는 일본 군사 제국의 식민 지배 착취를 엄중히 비판하면서 엄연한 자주독립국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18~19세기는 유럽 열강들과 일본이 들판의 하이에나 무리들처럼,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약소국가들을 무자비하게 뜯어먹고, 자원을 착취하고, 작은 나라들의 고유한 정신문화를 말살하던 식민지 쟁탈 시대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찰스 다윈은 생명 진화 과정에서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물종들의 생존 가능성과 생명 종류 다양성을 강조한 것이지 소위 '약육강식' 이론을 주장하지 않았다. 생태계 먹이사슬 구조 안에서 강한 생물종이 약한 것을 먹이로 잡아먹는 생태계 현상은 자연현상의 일부 현상이다. 깊이 관찰하면 상부상조와 균형발전이 더 중요한 생태계 모습이다.

그런데,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서구 열강들과 뒤늦게 서구 과학 문명을 습득하여 동양 삼국 중 먼저 근대공업화에 성공한 일본제국주의는 '약육강식'을 당연한 역사철학으로 받아들였다. 그러한 신념으로 인간의 집단적 이기성, 탐욕, 지배 군림, 그에 따르는 전쟁과 국가 폭력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강화하고 타자의 존엄성과 주권을 완전 몰수하였다. 올바르지 못한 인간의 역사적 범죄는 그 죄값을 '원금에 이자까지 합쳐서' 지불해야 하는 것이 역사의 심판장이라고 함석헌은 말했다.

20~21세기의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유럽 사회로의 제3세계 이민자 유입 문제, 천문학적인 국가 간 빈부격차 문제, 그치지 않는 지구촌의 지역 전쟁 등이 모두 '약육강식'이라는 잘못된 지난 시대 역사철학이 남긴 죄값 치루기인 것이다. 3.1 독립선언문에서 귀중한 점은 단순히 우리 독립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약육강식'이라는 근본적 역사철학 문제의 폐기 청산을 인류에게 호소하는 점에 있다.

그런데 2차대전이라는 세계적 전쟁 참화를 겪고 난 후, 국제연합(UN)을 결성하여 그 잘못을 반성하는 듯하더니만, 21세기 오늘날까지도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강국들, 신흥 국가 중국까지 다시 약육강식, 군사 우월 경쟁, 약소국 내정간섭과 지배 등을 지속강화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3.1독립선언운동은 우리 민족의 엄청난 인명, 재산 피해를 무릅쓰고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전개했다. 그런데,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한겨례신문, 2014.2.15 참조) 2023년도 세계 국방비 지출은 2940조 원이라고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나토 회원국, 이스라엘, 일본 순서로 국방비 지출이 컸다.

TV를 켜면 아프리카나 세계 지구촌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의 비참한 식량난, 위생 문제를 보여주면서 월 1만 원씩의 지원 호소 영상이 나온다. 스스로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화도 나고 부끄럽기도 하고 절망감도 든다. '소모적이고 민족 공멸뿐인' 남북한 군비경쟁은 논외로 하더라도, 2023년도에 국방비로 무려 2940조 원을 낭비하면서 선량한 시민들에게 1만 원 구호성금을 호소하는 인간종 호모 사피엔스의 이러한 위선, 자가당착, 자기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물론 그래도 서민들은 1만 원 성금 호소에 열심 내어 응답해야 한다. 필자가 말하려는 의도는 "근본이 바로 잡혀야 살길이 생긴다"(本立而道生)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마사다의 항쟁은 정의, 인간 존엄, 신앙을 위해 목숨마저 버린 역사적 사건

마사다는 사해(死海) 서부지역 거치른 유대 광야에 자리 잡은 군사적 방어 요새로서 난공불락의 성채(城砦)를 말한다. 서력기원 1세기를 전후하여, 유대 지역을 로마 황제 인허 아래 지배한 악명높은 헤롯 대왕의 별장으로도 사용되면서 마사다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었다. 로마제국의 학정이 날로 심해지자, 유대인 열심 당원 1천 명은 마사다를 거점으로 막강한 로마 제10군단과 대결하며 3년간 혈투를 벌였다.

전세가 로마군단 쪽으로 기울어지자, 유대인 마사다 항쟁파는 로마 군대에 의해 자기 아내들이 강간당하고 아이들이 도륙될 것을 거절하여, 스스로 자결을 결정하고 장엄한 마사다 항쟁의 막을 내렸다. 군사 전투에서는 로마제국이 승리했으나, 정신적 전투에서는 유대인의 승리의 역사였다.

오늘날 이스라엘 국가를 형성한 유대인들의 그 옛날 마사다의 항쟁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현재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별난 성격을 이해하는 관건이 된다. 왜 28,000여 명의 민간인 희생자를 낼만큼 그렇게 비인도적인가? 왜 이스라엘 예비군은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강력한가? 왜 이스라엘 네타나후를 중심한 우파 정권 지도자들은 미국과 유럽연합국가들의 휴전 요청도 듣지 않고 그렇게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무장테러 집단의 완전 괴멸을 완수할 때까지의 전쟁을 주장하는가?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풀려면 마사다 항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대 마사다 항쟁에는 이 세상 일반논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높은 이념으로 결집된 인간공동체가 있었다. 그들은 고대 전쟁이 흔히 그러하듯이 영토확장이나 노예획득을 위한 세상적 이익을 위한 항쟁이 아니었다. 첫째, 그들은 로마제국의 막강한 군사 무력을 앞세운 불의한 제국주의적 폭력지배에 맞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정의를 감히 요청한 것이다. 둘째, 인간은 먹고사는 동물임을 초월하여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을 추구하는 초월 지향적 존재인데, 목숨보다 중요한 그들의 신앙이 유린당하고 우상숭배를 강요하는 로마제국 황제숭배 강요에 굴복할 수 없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사람 생명을 우습게 보는 제국주의와 국가주의 폭력성을 거절하며 '악의 평범성'에 대하여 의식을 또렷하게 하여 인간으로서 저항하는 것이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그 옛날 약소국가가 아니다. 2,000년 디아스포라로서 유랑생활, 로마제국부터 시작하여 독일 제3제국 히틀러 시대까지 그들이 경험한 역사적 고난과 시련은 소위 시오니즘이라는 '종교적-정치적' 이념으로서 단단한 차돌처럼 뭉친 독특한 '문명화된 민주적 신정국가'가 된 것이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영토를 그들의 야훼신이 다시 이스라엘에게 돌려주신 것으로 믿는다. 마사다 항쟁 정신은 위대하지만, "핏줄 숭배와 땅에 매달린" 아브라함의 옛 고향 하란 땅 조상들의 낡은 종교에로 복귀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날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의 단초는, 하마스 무장 집단의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비인간적 테러 행위와 인질로 끌고간 반인간적 처사였다. 특히 병원 환자를 인간 방패물로 삼는 용납할 수 없는 야만적 군사 작전 등이 문제이지만, 그에 대해 응징하는 이스라엘 태도 또한 '정의, 친절, 겸손을 요청하는 야훼신앙'(미가서 6:8) 본질에서 이탈한 것이다.

내가 땅에서 들리우면 세상 임금이 쫓겨나리라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 못박히심을 집중 명상하는 사순절 기간에 그리스도인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점은 예수의 십자가 사건은 진리와 비진리, 빛과 어두움, 생명과 죽임세력, 비폭력과 폭력 간의 격렬한 투쟁이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교회에서는 '고난의 종의 노래' 구절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털 깍는 자 앞에 잠잠한 양같이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사53:7)에만 집중하고, 아울러 교회의 대속적 죽음 교리에 치중하여, 그리스도이신 예수의 십자가 사건 과정을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하는 소극적 순응주의로만 이해하도록 가르쳐 왔다.

그러나 죽음을 예견하고 예루살렘행을 결행하시는 예수님 모습은 엄숙하였고, 예루살렘 성전을 숙정하고 위선과 신성모독으로 가득 찬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과 신랄한 논쟁을 벌였다. 빌라도 법정에서는 빌라도의 묻는 질문에 대하여 "그렇다 내가 왕이다"라고 주장했고, 요한복음서에 따르면 십자가에 매달려 "땅에서 들리우면 이 세상 임금이 쫓겨나리라"(요12:31)고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다.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마26:52) 제자들의 정당한 분노를 중지하라시는 예수의 말씀이다. 마사다 항쟁에서부터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 이르기까지 2,000년 동안 세계사는 배신의 역사요 동물 왕국의 역사였다. 그러나, 마하트마 간디는 이 말씀에 순종하여 300년 대영제국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인도를 독립시키고 영국민을 자유하게 하였다. 요즘 한국 대표적 지성인들이 '개벽'을 주목하고 화두로 삼는데, 예수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다름 아닌 개벽이고 새 인류의 탄생이다. 십자가는 죽음으로써 죽임 세력을 이기신 능동적, 적극적 승리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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