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1일, 저의 나의 28세입니다. 28년의 인생 중에 바로 지금, 전 가장 두렵고 떨리는, 그리고, 가장 서글픈 순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6년 전, 감리교신학대학을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평등과 평화를 말씀하시곤 자신의 종교적 양심과 정치적 신념에 의해 십자가에 일신이 못 박히셨습니다. 언제나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셨으며, 종교 권력자나 정치 권력자들에게 항거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그러한 모습 속에서 제가 평생을 아픔 속에서 몸서리치며 고민했던 것이 바로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논리 속에서 제가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어떠한 종교적 이념을 넘어 예수님의 십자가 지심은 이 땅의 권력 지향적 모순과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권위주의적인 논리를 타파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해방의 길을 보여 주신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라는 것, 그것은 분명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가진 자들의 논리 속에 그에 반대 되는 갖지 못한 자들의 집단... 장애인이 그렇고 여성이 그렇고 성소수자가 그렇고 빈민이 그렇고 노동자가 그렇고 농민이 그렇습니다. 이 땅의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권력 앞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입니다. 제 자신이 바로 사회적 약자이며, 저는 가진 자들의 논리에 저항하는 활동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려고 합니다.
저는 현재 장애인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장애인의 문제의 핵심은 군대가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신체 건강한 남성’의 정상성 규정과 일맥상통합니다. 바로 ‘신체 건강한’ 이라는 획일적인 기준, 획일적인 사고가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로서의 장애인, 즉,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안에서 배제 된 사람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기준을 정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그 기준에 맞추어 사람을 획일적으로 양성할 뿐입니다. 제가 활동하는 장애인 단체는 민들레장애인야학입니다. 장애인 단체들 중에서도 최중증장애인들이 대부분인 곳입니다. 이 사회가 이야기하는 신체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신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잘 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는, 또한, 갖갖이 꿈을 갖고 있는 평범한 한 명의 인간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모두 무시당하고 이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낙인 찍혀 시설과 골방에 버려진 채 삶에서 배제 되어 살아왔습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맞게 사람을 만들어 내고, 그 기준에 미달 된 사람은 배제하고 사회에서 낙오 시킵니다. 이렇게 정상적이며 획일화된 남성 문화를 권위주의적이며 전체주의적으로 주입하여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군대라는 조직입니다.
군대는 바로 국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전쟁이라는 것으로 약자를 비참히 짓밟고 그것으로 잡은 권력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기 위한 도구... 그것을 위해 수많은 남성들을 권위주의적이며 전체주의적 사고를 주입해 양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군대 문화입니다. 3년 전, 평택 대추리에서 보았던 군인들, 집회를 나갈 때 보는 전의경들, 그들은 이미 어떠한 이성적 사리판단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의 권위주의적인 질서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로 보였으며, 그것이 얼마나 군대의 문화가 권위주의적이며 전체주의적인 사고를 양성하고 폭력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지를, 군대문화라는 것이 그것을 받아드리는 사람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군대라는 조직은 인간을 획일화 시키고 권위주의적인 계급 문화를 경험하게 합니다. 또한, 조직 내 계급 질서와 전쟁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개성은 인정 되지 않으며, 국가 안보 이데올로기를 주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이러한 선택에 많은 이들은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논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벗어난다면 군대를 없애는 데 동의할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국가는 통일이 되던 안 되던 군대를 계속해서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특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대다수의 힘없는 국민들의 희생으로 군대를 유지시키려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6년 전 대학에 입학하고 아버지께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50여 년 전 바로 이곳, 용산역, 저의 할아버지께서 미군이 던진 폭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버지는 20여 년 동안 그 아픔을 숨기고 철저히 권위주의적인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으셨던 것입니다. 체제에 순응하고 이 사회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말입니다. 아픔이 그대로 후대에 남아 저의 아버지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셨고 그것을 다시 저에게 되 물림 해주셨던 것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아픔은 끝나야 합니다. 군대는 사라져야합니다.
이것이 제가 군대를 갈 수 없으며, 병역을 거부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비록 저의 가는 이 길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리석다 판단되어질지라도 저는 갈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자신의 가슴이 허락하는 대로, 자신의 심장이 가리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가려합니다. 저의 진정한 존재 가치를 제 스스로 몸부림쳐 느끼기 위해 말입니다. 진정한 저를 뼈저리게 느끼고 가슴 깊이 알아가기 위해 말입니다. 제가 지금의 자리에서 원하는 것은 이 아픔이 저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으면 하는 것이며, 다양한 양심들과 신념들이 인정되는 사회가 속히 오기를 바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