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감신대 변선환 학술행사 논란 확산돼

"'학문의 자유' 물리력으로 막아" vs "출교된 신학자 사상 거부도 양심의 자유"

kamshin
(Photo : ⓒ베리타스 DB)
▲ 감신대학교.

고(故) 변선환 교수를 주제로 한 학술행사가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에서 무산된 이후 논란이 교정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감신대 제27대 총동문회가 학생들의 행사 저지를 비판하며 '학문의 자유'를 강조하자, 감리회 내 일부 단체들이 총동문회의 입장을 재비판하며 맞서는 양상이다.

이번 논쟁은 단순히 한 차례 학술행사의 개최 여부를 넘어, **교단의 신학적 판단을 받은 인물에 대한 학문적 재평가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또 **신학교 안에서 학문의 자유와 신앙·양심의 자유가 충돌할 경우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앞서 '아카데미 한국信연구소'와 '변선환 아카이브'는 지난 17일 감신대에서 '일아 변선환의 동서 문명 통섭을 위한 고난의 길'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장소 사용 승인 여부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학생들이 행사장에 나와 개최를 저지했고, 결국 행사는 열리지 못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학생들과 행사 관계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으며, 신대원생 한 명이 쓰러져 구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사전에 학술행사 개최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게시하며 변선환 교수의 종교다원주의 신학이 감리교회의 신학적 정체성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학생 모임 '바이블모스'는 변 교수가 1992년 교단에서 출교된 사실을 거론하며, 교단 신학교인 감신대에서 그의 신학을 주제로 한 행사를 개최하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총동문회 "신학적 이견은 논쟁으로 풀어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감신대 제27대 총동문회(회장 이광섭 목사)는 23일 '9월 17일 학내 학술세미나 무산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총동문회는 어떠한 신학적 쟁점이라도 대학 안에서는 자유롭고 비판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학생들이 행사 진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의사 표현을 힘으로 막는 것은 감신대의 교육 이념인 '경건, 학문, 실천'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총동문회는 학문의 자유에 동의하지 않는 신학이 있다면 물리력으로 막기보다 비판과 논쟁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학교 당국을 향해서도 학내 행정의 혼선이 이번 충돌을 방치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앞으로 학문의 자율성이 물리력에 의해 침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감리회 일부 단체 "학생들의 사상 거부 역시 양심의 문제"

그러자 감리교회바로세우기연대,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 감리회혁신포럼, 거센파도를이기는모래알연합, 웨슬리안성결운동본부 등은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총동문회의 입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행사를 저지한 행동을 '의행'으로 표현하며, 학생들이 교단에서 출교된 변선환 교수의 신학을 신학교 안에서 다루는 데 반대하는 것은 교리와 신앙을 지키려는 **학문적·신앙적 양심에 따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총동문회가 '학문의 자유'를 이유로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비판한 데 대해, 학문의 자유라는 명분 아래 감리교회의 신학적 정체성과 교리적 기준을 훼손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한 학교 측을 향해서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학내 신학적 논쟁을 충분히 조정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학생들에게 불이익이나 징계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감리교단 본부와 지도부에도 감신대의 신학적 정체성과 교리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34년 전 출교 사건, 다시 소환되다

이번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선환 교수의 출교 사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선환 교수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원장과 학장을 지낸 신학자로, 종교다원주의와 종교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연구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변 교수가 종교다원주의 노선을 취하면서 보수적 목회자들의 반발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변 교수는 종교 간 대화와 구원 문제 등을 둘러싼 신학적 입장으로 감리교회 안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1992년 교단의 재판을 거쳐 출교됐다. 이후 1995년 별세했다. 당시 출교를 둘러싸고도 그의 신학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이단성 판단의 과정과 신학적 논쟁의 방식 등을 놓고 교계 안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순히 '행사를 막았느냐, 막지 않았느냐'의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 한쪽에서는 이미 교단의 판단을 받은 신학자의 사상을 신학교 안에서 다시 연구하고 토론할 학문적 자유를 강조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교단의 신학적 판단을 받은 사상을 신학교에서 다루는 것 자체에 대해 신앙적·양심적 거부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문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 어디까지인가

이번 논란은 결국 감신대라는 신학교의 특수성과 대학으로서의 학문적 기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는 기존의 교리와 신학적 판단에 대해서도 비판적 연구와 재검토가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교단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라는 점에서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과 교리를 지켜야 하며, 이에 반하는 사상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학문의 자유를 강조한다고 해서 행사 개최 과정에서 학교의 승인 절차나 구성원들의 안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신앙적 양심을 내세운다고 해서 물리적 방식의 행사 저지가 정당화되는 것도 별개의 문제다. 이번 사태가 남긴 과제는 어느 한쪽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신학교에서 신학적 이견을 어떻게 토론하고 검증할 것인지에 대한 절차와 원칙을 마련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변선환 교수에 대한 평가 역시 찬반의 구호를 넘어 그의 실제 신학적 주장과 당시 감리교회의 교리적 판단, 그리고 그 판단을 둘러싼 역사적 논쟁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34년 전 출교 사건이 다시 감신대에서 소환된 가운데, 이번 논란이 또 다른 대립으로 끝날지, 아니면 감리교회의 신학적 정체성과 신학교의 학문적 자유를 함께 성찰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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