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종교계가 에너지 전환과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미래의 전력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종교계가 에너지 전환과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미래의 전력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국제 종교 기후정의 네트워크 그린페이스(GreenFaith)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단법인 한국교회환경연구소는 오는 10월 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서 국제 기후정의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화석연료 없는 미래를 향한 정의로운 전환(Another World Is Possible: A Just Transition Toward a Fossil-Free Future)'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AI와 반도체 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문제를 기후정의와 종교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회적 과제를 논의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얼마나 많은 전력을 확보할 것인가'라는 공급 중심의 질문을 넘어 '그 전력은 어떤 에너지로 생산되며, 누구를 위한 미래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AI·반도체 산업 확대...전력 수요와 기후위기 함께 살펴야
주최 측은 최근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막대한 전력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및 일반산업단지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산업단지 초기 전력 공급을 위해 LNG 발전설비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종교계에서는 미래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확대가 또 다른 화석연료 인프라의 장기적인 고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주최 측은 "얼마나 많은 전력을 공급할 것인가만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로 누구를 위한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국가 산업·에너지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산업, 노동, 지역사회, 에너지 접근권을 아우르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투발루와 태평양 교회에서 전하는 기후위기의 현실
이번 컨퍼런스는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의 목소리에서 출발한다. 개회 직후에는 마이나 바카푸아 탈리아 투발루 내무·기후변화·환경부 장관이 '투발루가 전하는 화석연료 종식의 호소'를 주제로 영상 메시지를 전한다.
이어 피지 감리교회 목사이자 태평양교회협의회(PCC) 사무총장인 제임스 슈리 바그완 목사가 '태평양교회가 전하는 기후정의와 신앙의 응답'을 주제로 메시지를 전한다.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과 기상이변 등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는 태평양 지역의 현실을 통해 기후위기가 특정 지역이나 세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점을 환기할 예정이다.
기조강연도 두 차례 마련된다. 찬미받으소서 운동(Laudato Si' Movement) 이사회 의장인 나데레브 '옙' 마들라 사뇨(Yeb Saño)는 '미래를 위한 우리의 약속: 신앙과 연대로 함께하는 탈화석연료의 여정'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어 김현우 탈성장과대안연구소 소장이 '한국의 정의로운 전환: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에너지 전환 과제를 짚는다.
"화석연료 이후의 세계, 종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오후에는 두 차례 패널토의가 진행된다. 첫 번째 패널은 '또 다른 세계의 비전 - 화석연료 이후의 정의로운 전환과 신앙의 상상력'을 주제로 열린다.
그레이스 지선 김 미국 얼햄신학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으며 플레처 하퍼 그린페이스 상임대표, 장윤재 이화여대 신학대학원장, 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 원장, 조경자 마리 가르멜 수녀가 패널로 참여한다.
두 번째 패널은 '이미 시작된 미래 - 종교 공동체가 만들어가는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주제로 진행된다.
송진순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이 사회를 맡고 김영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총장, 오현화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송원근 원불교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정진숙 천도교 한울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여한다.
특히 종교 공동체가 실제 현장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생활과 공동체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기독교·천주교·불교·원불교·천도교 함께 참여
이번 행사는 여러 종교의 환경·기후 관련 단체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종교환경회의 소속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 한울연대를 비롯해 천주교창조보전연대, 가톨릭기후행동, 녹색불교연구소, 대한성공회 생명기후연대, 감리교생태목회연구소, 대한예수교장로회 생태선교운동본부, 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 기후위기기독비상행동 등이 협력한다.
국내 종교계뿐 아니라 그린페이스, 태평양교회협의회, 찬미받으소서 운동 등 국제적인 종교 기후운동 네트워크도 함께한다. 이를 통해 이번 컨퍼런스는 기후위기를 둘러싼 종교 간 공동 대응과 국제적 연대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될 예정이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참여 종교 및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화석연료 없는 정의로운 미래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공동선언에는 화석연료의 계획적이고 단계적인 종식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비롯해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권리 보장, 기후취약계층 보호, AI·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탈화석연료 전환, 기후취약국과의 국제적 연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주최 측은 이를 통해 산업 발전과 에너지 공급을 둘러싼 논의에서 기후위기와 사회적 약자의 관점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송진순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은 "화석연료 종식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한국 종교계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생명보다 성장을 앞세우는 사회에 생명의 가치를 호소하고, 한국 시민사회가 정의로운 전환에 함께 나서도록 이끄는 것이 오늘날 종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결국 '전력이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떤 에너지 체제를 선택할 것인가', 더 나아가 '산업과 경제의 성장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로 질문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