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무의 『선천댁』, 향린교회 무대에 오른다
한국 민중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 안병무 선생의 30주기를 맞아 그의 마지막 저술 가운데 하나인 『선천댁』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향린교회가 안병무 선생의 작품을 바탕으로 대본을 구성하고, 교인들이 직접 배우와 제작진으로 참여하는 연극 〈선천댁〉을 선보인다.
향린교회는 오는 10월 16일 오후 7시 30분과 17일 오후 3시, 교회 대예배실에서 안병무 박사 30주기 기념 연극 〈선천댁〉을 공연한다. 교회는 지난 8월부터 꾸준히 연습 일정을 이어오며 공연을 준비해 왔다. 9월에도 주중과 주일을 이용해 연습을 진행하는 등 교인들이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번 공연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선천댁』이라는 텍스트를 단순히 기념하거나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연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옮겨 무대 위에서 해석한다는 데 있다.
『선천댁』은 안병무 선생이 자신의 어머니인 '선천댁'의 삶을 기록한 작품이다. 1996년 범우사에서 출간됐으며, 한신대학교 신학사상연구소의 연구에서도 안병무의 '유작'으로 소개되고 있다. 안병무 연구를 다룬 학술논문들은 이 작품을 통해 민중신학과 여성신학의 대화를 시도하거나, 선천댁의 삶에서 한국 여성 민중의 삶과 지혜를 읽어내기도 했다.
특히 『선천댁』에서 중요한 것은 한 신학자의 어머니에 대한 개인적인 회고만이 아니다. 안병무는 평범한 한 여성의 삶을 통해 '민중이란 무엇인가'라는 자신의 오래된 신학적 질문에 접근했다.
선천댁은 당시 여성들이 흔히 그러했듯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가부장적 가족제도 안에서 살아갔다. 그러나 그의 삶은 단순히 희생당한 여성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는다. 여러 고난과 삶의 굴곡 속에서도 타인을 품고 생명을 살리는 삶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안병무는 그 안에서 민중의 구체적인 모습을 발견하고자 했다.
구미정은 「데기-되기: 『선천댁』에 나타난 안병무의 '민중 구원론' 다시 읽기」에서 안병무가 죽음을 앞두고 '이것이 민중이다'를 증언하기 위해 선천댁을 제시했다고 분석한다. 논문은 특히 선천댁의 삶에서 타인을 향한 연민과 자비, 그리고 다른 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품'의 의미를 읽어내며, 이를 민중의 자기초월과 연결한다.
이 때문에 『선천댁』은 그동안 신학계에서도 여러 각도에서 읽혀 왔다.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선천댁의 삶을 바라보거나, 민중신학의 관점에서 '민중' 개념을 재조명하는 연구가 이어졌다. 한 연구는 선천댁을 한국 여성들이 지닌 지혜의 한 원형으로 읽으며 성서의 여성 지혜 전승과 연결하기도 했다.
이번 향린교회의 시도는 이 같은 신학적 논의를 다시 텍스트 자체로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전문 배우들이 아닌 향린교회 교인들이 직접 작품에 참여한다는 점은 『선천댁』의 내용과도 묘한 긴장과 조화를 이룬다. 안병무가 이름 없는 한 여성의 삶에서 민중의 모습을 발견하고자 했다면, 이번에는 평범한 교인들이 무대에 올라 그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와 몸으로 다시 표현하게 된다.
공연에는 선천댁 역의 김애자 씨를 비롯해 안병무, 김기수, 진용수, 작은댁, 한인규, 안병택, 이원혁, 홍창의, 남부원, 박영숙, 유혜연, 령이, 이유미, 어린병무, 이민하, 병무친구 김민재 등이 출연한다. 원작은 안병무의 『선천댁』이며, 각색은 오낙영, 연출은 송정바우가 맡았다. 향린교회가 주최하고 안병무기념사업회가 후원한다.
향린교회는 이번 공연을 위해 배우뿐 아니라 기획·회계·소품·오퍼·진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해 왔다. 교회 공동체가 한 신학자의 사상을 책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며 기억하는 과정 자체가 이번 30주기 기념사업의 중요한 부분인 셈이다.
안병무 선생이 『선천댁』을 통해 바라본 것은 결국 한 사람의 특별한 삶만은 아니었다. 이름 없이 살아온 한 여성의 삶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낸 민중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생명과 연대, 자기초월의 가능성을 읽어내려 했다.
그렇기에 이번 연극은 안병무 선생의 작품을 무대에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선천댁』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묻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 권의 신학적 텍스트가 교인들의 손을 거쳐 연극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번 무대가, 안병무의 민중신학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공연은 10월 16일 오후 7시 30분, 17일 오후 3시 향린교회 대예배실(2층)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