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지형은 목사, 은퇴 후 정치·사회 현안에 입장 밝혀

"법치의 민주주의와 상생의 시장경제 정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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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성락성결교회 전 담임 지형은 목사

42년간 목회 현장을 지켜온 지형은 목사가 은퇴 후 한국의 정치·사회 현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로 목회해 온 지 목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의 정치와 사회 상황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근 목회 현장에서 물러난 그가 정치와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신앙적 판단을 장문의 글로 밝힌 것이다.

지 목사는 글의 서두에서 "이 글을 쓸까, 꽤 오래 고민하며 기도했다"며 "42년 목회하고 두어 달 전에 은퇴했는데, 그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법치의 민주주의와 상생의 시장경제를 하나님이 뜻하신 일반계시의 항목으로 믿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글을 써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글이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라 일부 독자들에게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내가 정직하게 나를 성찰하고 기독교의 시각으로 우리 정치와 사회를 보면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글에서 지 목사가 가장 강조한 개념은 '법치의 민주주의'와 '상생의 시장경제'다. 그는 이를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일반계시의 영역에 속하는 가치로 이해하면서, 한국 사회가 이 두 가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 운동권과 과거 민주당 주류에 빚 없어"

지 목사는 현 정부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이른바 '운동권'에 대해 빚이 없고 이재명 정부 이전의 민주당 주도 세력에 대해서도 빚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현대사에서 운동권이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자신 역시 "운동권의 한가운데서 살아온 사람"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진 정치적 흐름이 민주화와 인권의 시작과 과정을 담당했지만, 그 정신을 지속 가능한 정치구조로 완성하는 데에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지 목사는 이를 위해서는 진보 진영의 지속 가능한 구조뿐 아니라 건강한 보수 정치세력의 형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중도층을 포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주목하면서, 중도층을 포함한 폭넓은 정치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향후 한국 정치의 안정에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12·3 비상계엄을 바라보는 신앙적 관점

지 목사는 현 정부 출범의 중요한 배경으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거론했다. 그는 당시 비상계엄 선포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협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현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12.3내란 같은 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정치 구도와 국가 구조를 만드는 것"을 제시했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과거 자신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으로 활동하던 당시를 회고했다. 실제로 한목협은 2024년 12월 4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 대표회장이었던 지 목사는 계엄 선포를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 목사는 자신의 당시 입장이 단순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신학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2월 8일 주일예배 설교에서도 비상계엄을 직접 비판했으며, 법치의 민주주의가 성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하나님의 일반계시적 가치에 해당하고 비상계엄은 그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교했다고 밝혔다.

"정치는 최선을 추구하되 현실적인 선택은 최선이 아니다"

지 목사는 정치에 대한 자신의 현실 인식도 밝혔다. 그는 "정치는 최선을 추구하되 현실적인 선택은 최선이 아니다. 정치는 최악을 피하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지나치게 이상적인 목표만을 내세우며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강조한 것은 현 정부의 성패를 넘어 한국 사회의 제도적 기반을 안정시키는 일이었다.

지 목사는 "지금의 대명제는 현 정부의 집권 시기에 적어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법치의 민주주의와 상생의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썼다. 경제적으로는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국의 경제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K-문화와 한국의 국력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을 중요한 기회로 평가했다.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함께 있어야"

지 목사는 특정 정치세력의 장기적인 우위보다는 건강한 경쟁이 가능한 정치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어느 시대와 국가에서도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만으로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보면서,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함께 존재하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힘을 두고는 현재의 지도력이 건강한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이 역시 민주당의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변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목사는 현재 여야 간 갈등과 진영 내부의 대립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특히 민주화 진영 내부에서도 서로를 향해 지나치게 거친 표현을 사용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그런 글을 보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정치적 입장보다 법치의 민주주의가 중요"

지 목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한다는 점도 명시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이 운동권과 과거 민주당 주류 세력에 정치적으로 빚이 없다는 점,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한다는 점,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현재의 한국 정치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필요하다는 개인적 판단을 밝혔다. 다만 이 같은 평가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정치적·신앙적 판단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 목사는 글에서 "정치의 구체적인 구조에 관해 문외한이라서 하는 말일지는 모른다"고 밝히면서 민주당 내부의 계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법치의 민주주의가 위협받았다고 판단한 자신의 문제의식은 분명하게 드러냈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지 목사는 조 대법원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충분히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이후 사법부의 관련 판단을 고려할 때 대법원장으로서 당시 처신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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