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교회 한문덕 목사가 '심원 안병무 선생 서거 30주기 묘소 참배 예배'에서 기도한 박경미 이화여대 교수의 기도문을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사진은 묘소 참배 예배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심원 안병무 선생의 서거 30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신학적 질문을 오늘의 역사와 삶 속에서 되새기는 기도문이 주목받고 있다.
향린교회 한문덕 목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원 안병무 선생 서거 30주기 묘소 참배 예배'에서 박경미 이화여대 교수가 드린 기도문을 공유했다. 기도문은 안병무 선생을 기억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가 평생 붙들었던 민중과 예수, 교회와 역사에 관한 질문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다시 묻자고 제안했다.
기도문은 "예수는 누구인가", "교회는 누구를 향해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어 오늘의 역사 속에서 고난받는 민중은 누구이며, 그리스도는 오늘 누구를 통해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지를 물었다. 안병무 선생의 신학을 과거의 사상이나 학문적 유산으로만 기억하기보다, 현재의 고통과 현실을 이해하는 시선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기도문은 안 선생이 성서의 옛이야기 속에서만 예수를 찾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와 현재의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예수 사건의 살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으며, 민중의 고난을 자신의 고난처럼 아파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민중을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보려 했던 그의 관점을 되새겼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늘날 교회와 사회를 향한 요청으로 이어졌다. 기도문은 사람을 숫자로, 가난한 사람을 통계로만 바라보지 않고 상처 입은 이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사회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안 선생의 신학을 오늘의 삶 속에서 이어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기도문은 안병무 선생의 30주기를 맞아 그를 기억하는 것만으로 신앙적·신학적 책임을 다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남긴 책과 말을 되풀이하는 데 머물지 말고, 그가 던졌던 질문을 오늘의 역사 속에서 다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들과 뭇생명 가운데서도 민중 예수의 고난을 발견할 수 있도록 눈을 열어 달라는 기도는 민중신학의 문제의식을 전쟁과 생태 위기의 현실로 확장했다.
안 선생과 함께했던 이들의 기억도 기도문에 담겼다. 기도문은 그가 서릿발처럼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햇살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며, 때로는 장난스러운 농담으로 상대의 마음을 열어 주었다고 회고했다. 누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차리고 말없이 도왔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가 남긴 신학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보여준 따뜻함과 배려를 닮아가기를 소망하는 표현도 있었다.
기도문은 개인적인 추모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언젠가 자신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게 될 때,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는가보다 누구의 곁에 있었는지를 하나님께서 물으실 것이라는 고백이다. 이는 신앙의 가치를 성취나 업적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과 얼마나 가까이 함께했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마지막으로 기도문은 "민중을 말하면서 민중의 곁을 떠나지 않게 하시고, 생명을 말하면서 생명을 해치지 않게 하시며, 복음을 말하면서 복음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라고 간구한다. 민중과 생명, 복음에 관한 신앙의 언어가 실제 삶과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