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한국교회 안에서 반복되어 온 이단 규정과 배제의 문제를 신학적·성서적·역사적 관점에서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백향나무교회에서 '이단과 마녀사냥'을 주제로 제5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 기독교 이단 현상의 특징을 짚어보고, 교회의 경계 설정이 폭력적인 배제의 도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됐다.
이날 포럼 대표인 백승종 교수는 환영사를 통해 "공동체마다 신앙을 고백하고 경계를 세우는 일이 필요하지만 그 경계가 공정하게 작동했는지 성찰해야 한다"며 "'무엇이 이단인가'만큼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기준과 권한으로 이를 규정하는가'라는 질문"이라고 포럼의 취지를 밝혔다.
기조발제를 맡은 허호익 교수(대전신학대 은퇴교수)는 「한국 이단 기독교의 특징과 이단 규정의 지침」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한국 기독교 이단의 역사적 뿌리와 공통적 계보를 날카롭게 분석했다.
허 교수는 현재 한국교회에 100개가 넘는 이단 집단과 100만 명이 넘는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현상의 결정적 배경으로 '성주교(聖主敎)'의 김성도(1882~1944) 권사를 지목했다. 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김성도가 정립한 교리는 이후 한국에 등장한 수많은 자칭 재림 예수와 이단 집단들의 핵심 교리적 모태가 되었다.
허 교수는 한국 이단 기독교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다음의 요소들을 꼽았다.
- 직통 계시와 교주 신격화: 성경의 최종 권위를 부정하고 교주를 '새 주님'으로 숭배하는 흐름 (신천지, 하나님의 교회 등으로 계승)
- 십자가 실패론과 육적 구원론: 초림 예수의 십자가를 실패로 규정하고 육신을 입은 재림 주를 기다리는 교리 (통일교, 전도관 등으로 계승)
- 원죄 음란설과 피가름 교리: 선악과를 성적 타락으로 해석하며 혈통 교환을 주장하는 음란 교리 (김백문, 문선명, 정명석 등으로 전승)
- 한국 중심의 재림론: 재림 주가 한국 땅에 육신을 입고 온다는 주장과 '동방의 의인' 교리 (박태선, 이만희 등 활용)
- 조직 및 의식의 모방: 12지파(12제자) 체제 구축, 교주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행동, 생수 및 치유 이적을 통한 맹종 유도
허 교수는 "한국 이단의 계보와 역사적 뿌리가 이처럼 깊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사한 이단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교단 총회 차원에서 자의적인 정죄를 방지하고 신앙의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과 명확한 이단 규정 지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진행된 주제 발제에서는 성서적 성찰과 역사적 사례를 통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수연 목사(새맘교회)는 「교회의 경계 설정과 하나님의 자유로운 활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목사는 민수기 11장과 마가복음 9장의 본문을 인용하며 "이단을 가려내는 분별은 필요하지만, 분별을 위해 세운 경계 자체가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경계 너머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역사적 사건을 통해 신앙의 확신이 폭력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중락 교수(경북대)는 「스코틀랜드 종교개혁과 마녀사냥」을 주제로 16~17세기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사례를 분석했다. 김 교수는 "교회의 순수성을 극단적으로 지키려는 종교적 열망과 확신이 결합했을 때, 공동체 내부에서 어떻게 눈먼 폭력성과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역사적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증명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이진구 교수(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한국 개신교 역사 속에서 '이단 규정'이 지닌 사회정치적 맥락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사 안에서 이단이라는 낙인이 단순히 교리적 순수성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 교계 내 종교적 주도권 싸움, 정치적 이해관계, 혹은 기득권 보호주의와 결탁해 악용되어 온 어두운 이면을 짚어냈다.
교계 관계자들과 성도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료된 이번 포럼에서는 참석자들에게 지난 4회차까지의 포럼 성과를 엮은 도서 <신학과 학문의 자율성>을 증정하기도 했다. 포럼 주최 측은 "이번 논의가 한국교회가 맹목적인 정죄와 배제에서 벗어나 진정한 기독교의 공공성과 포용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