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목회자, 삶의 문화에서 말씀 깊이 이해하고 읽어내야"

예장통합 총회문화법인, '시대의 물결, 복음으로 응답하다' 주제로 2026 문화목회플랫폼 개최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해석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문화법인(이사장 김운성 목사)은 5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시대의 물결, 복음으로 응답하다'를 주제로 '2026 문화목회플랫폼'을 개최했다.

이번 플랫폼에서는 개인주의와 관계의 피로,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확산, 예배의 변화,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문화적 과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목회적 응답을 모색했다. 특히 문화목회를 교회 안에서 특정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차원을 넘어, 성도들의 실제 삶과 사회문화적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복음을 구현하는 목회적 과제로 접근했다.

"느슨한 관계도 존중하는 목회적 전환 필요"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는 현대사회를 '소통 과잉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외로움과 관계의 피로가 심화된 시대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영국과 일본에서 고립과 외로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고립의 문제가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교회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전국 담임목사 500명과 성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트렌드2027'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회 구성원들이 원하는 '적당한 거리감'에 주목했다.

조사에서 '적당한 거리감'을 원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목회자 91%, 성도 86.8%에 달했다.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과 교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에 대한 피로감 등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는 이에 대한 인식 차이도 나타났다. 목회자의 74.5%는 관계의 느슨해짐을 공동체성 약화와 신앙 성장 저해를 가져오는 부정적 현상으로 인식한 반면, 성도들은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와 교인 간 갈등, 교회생활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예배만 드린 뒤 바로 귀가하거나 소그룹 참여를 줄이는 등 성도들의 교회생활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느슨한 관계를 교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위협으로만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 중심의 시각에서 성도 중심의 시각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필요가 있으며, 긴밀한 관계를 일률적으로 요구하기보다 '느슨하게 참여할 자유'와 '필요할 때 돌봄을 받을 권리'를 함께 보장하는 목회적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단기 프로젝트형 봉사, 개인의 일정에 맞춘 시간 선택형 봉사, 관계의 강도를 선택할 수 있는 소그룹,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선택형 심방 및 돌봄 시스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말씀에 문화의 옷을 입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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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문화법인(이사장 김운성 목사)은 5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시대의 물결, 복음으로 응답하다’를 주제로 ‘2026 문화목회플랫폼’을 개최했다.

이어 김운성 목사(영락교회)는 '문화목회와 말씀'을 주제로 말씀과 삶의 관계를 조명했다. 김 목사는 "문화는 곧 삶"이라고 정의하면서, 목회자가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는 성도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시 사람들의 일상이었던 결혼과 농업, 어업, 상업, 음식 등을 비롯해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 등 익숙한 삶의 소재를 비유와 가르침에 적극 활용하셨던 것처럼, 오늘의 목회자 역시 성도들이 살아가는 문화적 현실 속에서 말씀을 읽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를 "말씀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설교가 단순히 성경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성도들이 말씀의 사건 현장에 서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생생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야기식 설교와 함께 말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경험하도록 돕는 '거룩한 감정이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말씀을 시대에 맞게 변형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복음의 메시지를 오늘의 삶이라는 구체적인 자리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목회적 요청으로 풀이된다.

"예배는 문화목회의 시작이자 돌아올 근원"

주승중 목사(주안교회)는 문화목회에서 예배가 차지하는 중심성을 강조했다. 주 목사는 "예배는 문화목회의 여러 영역 중 하나가 아니라 문화목회가 시작되고 돌아오는 근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임스 K. A. 스미스의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를 언급하며, 오늘날 쇼핑몰과 스마트폰 알림 등 일상의 다양한 문화가 인간의 욕망을 형성하는 일종의 '문화적 예전'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일예배는 세상의 문화와 욕망에 무비판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성도들의 삶을 복음의 방향으로 다시 조율하는 '대항 예전'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목사는 오늘날 예배가 직면한 문화적 도전으로 ▲디지털·인공지능 문화 ▲개인화와 맞춤형 소비문화 ▲속도와 피로의 문화 ▲고립과 외로움의 문화를 제시했다.

이에 대한 문화목회적 예배의 방향으로는 공적 성경 읽기와 성찬을 통한 말씀과 성례전의 회복, 시각·공간예술과 창작찬양 및 상징을 활용한 예배 언어의 확장, 온라인 예배와 현장 예배를 연결하는 목회적 구조, 만인제사장 정신에 기초한 능동적 참여와 세대통합예배, 그리고 예배의 파송을 삶의 예배로 연결하는 실천 등을 제안했다.

특히 예배의 마지막인 파송을 교회 안의 예배가 끝나는 순간으로 이해하기보다 세상 속에서 이웃을 환대하고 섬기는 '삶의 예배'가 시작되는 순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목회는 지역사회 속 하나님의 선교"

백성훈 목사(예향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목회의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백 목사는 문화목회를 교회 내부의 문화사역에 한정하지 않고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문화적 실천'이며 지역 중심적이고 공적인 목회활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현대 도시사회에서 교회가 이주민과 혼자 살아가는 이들, 노년층 등 다양한 지역주민을 단순한 도움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동등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가 소유한 공간과 자원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것도 중요한 문화목회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예향교회는 이러한 방향에서 'Blessing 양주'라는 비전을 세우고 지역사회를 섬겨왔다. 성탄절 덕정역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간식을 나누며 인사를 전하는 '캔디 파티', 부활절 계란 나눔을 비롯해 어린이축제와 청소년축제, 외부 기부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사랑나눔음악회' 등을 펼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토요드림학교와 취업을 지원하는 스마트팜 연계 '꿈쟁이 사회적협동조합', 다음 세대를 예배자와 예술가로 양육하는 'WIN School', 방송 아카데미 등 다양한 사역을 통해 지역사회와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10년간 준비해 완공한 비전센터 '꿈마루'는 키즈카페와 스터디카페, 작은도서관, 체육관, 풋살장, 글램핑장 등을 갖추고 지역주민에게 공간을 개방함으로써 교회가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됐다.

이번 문화목회플랫폼은 문화의 변화에 교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복음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읽히고 살아내어질 수 있는가를 묻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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