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바코트 주보가 한국천주교 부산교구에 이어 의정부 교구에서도 만들어졌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
시각장애인용 바코드는 지면에 실린 텍스트 전문을 가로 세로 1~1.5cm의 정사각형 안에 압축한 것으로, 지면 여백에 인쇄된 바코드를 인식기(보이스아이 스캐너)에 읽히면 음성변환출력기가 텍스트를 음성으로 자동 변환, 재생하는 기술이다. 천주교에서 종이주보에 음성변환 바코드를 삽입한 것은 2008년 3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부산교구(교구장 황철수 주교, www.catholicpusan.or.kr)에 이어 의정부교구가 두 번째다.
주보 바코드 서비스는 기존 시각장애인용 주보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천주교에서 제공하는 시각장애인용 주보로는 ‘소리주보’와 ‘점자주보’가 있고, 육성 녹음(낭독) 또는 점역 작업에 참여해 시각장애인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봉사자들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 시간이 많이 걸려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바코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녹음, 점역 없이 주보를 곧바로 음성 재생하므로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동시에 주보를 읽을 수 있고, 비장애인들처럼 실물 주보를 쓰기 때문에 소리주보 CD나 점자주보에 비해 휴대와 보관이 간편하다는 이점이 있다.
천주교에서 주보는 신자들이 교리와 교회 정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다. 또한 천주교 주보는 교회마다 개별 제작하는 개신교 주보와 달리 교구별로 일괄 제작하기 때문에 신자들이 같은 교회 구성원으로서 동시대의 소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필수적인 매체다. 주보 바코드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산, 정착될 경우 장기적으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정보격차를 줄여 시각장애인 신자들의 교회 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천주교측에 따르면, 현재 시각장애인용 음성변환출력기는 관공서나 은행에 일부 비치되어 있으나,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휴대용 출력기는 1대당 가격이 100만 원에 달해 개인 보급률이 약 1%에 그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천주교 주보 바코드 서비스는 조금 이르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부산교구와 의정부교구 측은 시각장애인들의 읽을거리가 많아져야 수요도 늘어난다고 보고 서비스 정착에 힘쓰고 있다.
부산교구 전산홍보실 이동주 과장은 “시각장애인들은 읽을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음성변환출력기를 이용할 수만 있으면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주보를 읽는다”며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서비스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교구는 2008년부터 교구 시각장애인선교회와 함께 음성변환 바코드를 홍보해 왔으며, 2009년 7월부터는 부산가톨릭대학교, 부산가톨릭센터, 메리놀병원 등 교구 설립 기관 홍보물에도 음성변환 바코드를 넣기 시작했다.
의정부교구 문화미디어국 김선영 씨는 “기존 점자주보, 소리주보 이용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음성변환출력기 보유 여부, 향후 사용 의향을 조사 중”이라며 “자료 제공 차원에서 종교를 불문하고 전국 시각장애인 단체에 주보를 발송하고, 월간지나 단행본 등 다른 간행물에도 점차 (바코드) 사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정부교구는 기존에 보급하던 소리주보와 점자주보도 변함없이 발행하되, 음성변환출력기 구입을 희망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정부에서 구입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