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국교회 바뀌려면 '설교'부터 바뀌어야"

조헌정 목사, 기독교사상 9월호 기고 글

▲조헌정 목사 ⓒ베리타스 DB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가 한국교회가 설교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가 '신자유주의 성공신화'에 물든 설교를 배격하고 '예언자적인' 설교에 주력해야 한다고 월간 기독교사상 9월호에서 밝혔다. 향린교회에서 '설교'는 '하늘뜻펴기'라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하 설교->하늘뜻펴기).


개신교 위기 극복은 하늘뜻펴기(설교)의 회복으로부터


조헌정 목사는 2005년 통계자료를 근거로 들어, 지난 10년 동안 국내 개신교도 숫자는 줄어든 반면 천주교도와 불교도의 숫자는 증가했다며, “개신교가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꾀하지 않는다면 30년 후 그 숫자는 지금의 절반 또는 1/3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개신교의 사회적 위상까지 급락하고 있다며, “2, 30대의 젊은이들은 개신교를 ‘개독교’로, 목사를 ‘먹사’로, 평신도를 ‘병신도’라 부르며 지극히 혐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조헌정 목사는 ‘하늘뜻펴기’의 변혁을 제안했다. 그는 “하늘뜻펴기에서부터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구체적으로는 ‘하늘뜻펴기’의 내용에 변혁이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 성장만을 위한 설교에서 벗어나,  ‘시대와 세상’을 향해 외치라는 것.

특히 “신자유주의 성공신화를 배격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선 예언자적인 하늘뜻펴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약한 자들을 위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요한복음 2장 19절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에는 민중의 삶을 외면하는 ‘성전제일주의’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며, 민중을 위로하고 대변하는 설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로마의 압제세력과 하나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세상 지배세력의 본거지”였다며, 설교자가 앞뒤 없는 ‘교회성장론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역설했다.

조 목사는 ‘성전’에 좀 더 주목한다. 이 성전은 “2천년 전 로마에 의해 사라진 예루살렘 성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야웨 하느님의 이름으로 민중의 삶을 옥죄는 모든 지배기제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라고 ‘성전 밖 성전’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늘뜻펴기가 펼쳐져야 할 본래의 장소

이에 조헌정 목사는 하늘뜻펴기가 ‘성전 밖’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예수님도 첫 사도들도 모두 거리에서, 민중이 거하는 그 곳에서 하늘뜻을 펼쳤음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자신이 담임하는 향린교회도 “5년 전부터 일 년에 한 두 차례는 민중들의 아픔이 있는 현장에서 주일예배를 드렸다”며 미군기지 확장으로 고통 속에 놓였던 평택과 파주의 주민들과 예배하고, 한반도운하를 반대하는 종교인 도보 순례단과 함께 예배했으며, 올해 5월에는 용산참사 현장에서 예배 드린 후 희생자 가족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하늘뜻펴기의 다양한 형태

조헌정 목사는 이어 흔히 하늘뜻펴기는 성서본문(text,텍스트)을 오늘의 상황(context, 컨텍스트)에 재해석해 내는 작업으로 이해하는데 이런 이해는 너무나 단순해 주관적 잘못을 범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조헌정 목사에게 있어 텍스트는 성서 본문 자체가 아니라 성서본문과 성서본문이 써진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의 역동적인 관계가 텍스트라고 했다. 이 ‘관계적 텍스트’를 텍스트로 해 오늘의 사회적 상황에 넣을 때에 ‘상황적 텍스트’가 나오며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임하는 ‘하늘뜻’이라고 주장했다.

하늘뜻펴기는 목사들만의 전유물인가?

조 목사는 글을 맺으며 “오늘날 남한교회의 가장 큰 약점은 평신도들의 주체적 권리인 ‘평신도 제사장직’을 빼앗아 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하늘뜻펴기 또한 목회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향린교회는 몇 년 전부터 ‘평신도제사장’직의 정신에 따라 함께 손을 잡고 서로를 위한 축도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목사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내어 놓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회고하면서, “그러나 한번 실행해 보면 뜻하지 않은 목회의 결실로가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개신교가 카톨릭과의 가장 큰 차이라면 평신도 제사장 신학이다. 지금은 처음의 개혁정신과 성서 근본으로 돌아가 새 출발을 해야 할 때이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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