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정 교수ⓒ김진한 기자 |
“무릇 모든 되기(becoming)가 윤리적이기 위해서는 항시 ‘소수자 되기’여야 한다는 게 예수의 가르침이다. 백인이 흑인이 되어주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되어주고, 남자가 여자가 되어주고, 어른이 어린이가 되어주어야 한다. 이런 되기는 ‘주기’를 내포한다. ‘줌’은 나눔이고 베품이며 섬김이다”
28일 토론회가 열린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강당이 한 여성의 낭랑한 목소리로 쩌렁 쩌렁 울렸다. 특히 발표가 끝나갈 직전 힘주어 말하는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토론회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교회안의 여성평등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문제 인식을 한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여성목회연구소가 주최한 <종교개혁기념 공동토론회- 교회안의 양성 평등>엔 여성목회연구소 연구실장 구미정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가 발제를 맡았다.
이날 구 교수는 “너무나 빨리 변하는 근대 문명의 질주 속에서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막연히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종교는 보수적이고 절대적인 가치의 최후 보루인양 고향 같은 반근대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번영의 비결을 찾았다”며 “그러니 교회 안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불성설, 혹여 변화를 도모하다가는 예수처럼 십자가를 지기 딱 알맞겠다”고 주장, 종교, 특히 교회가 문명의 흐름에 뒤쳐짐을 지적했다.
구 교수는 또 교회 밖에서 일어나는 사회 내 여풍(女風)을 들어 여성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 전환을 촉구했다. 그녀는 “금녀(禁女) 구역은 이미 소멸된지 오래”라며 “이는 우리 시대 노동 현장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구 교수의 말대로 최근 10여년간 우리 사회 여성의 지위는 급격히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경찰서장, 공군 비행사, 기관사, 항해사 등 전통적으로 남성의 전유물이던 직업에 여성들이 대거 진출하는 한편, 근엄한 법조계에서도 여성 판, 검사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또 행정고시, 외무고시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7년 기준 행정고시의 경우 여성 합격자 비율이 40%를 넘었으며, 외무고시는 무려 68%나 됐다.
구 교수는 이어 이제 교회도 세상과의 벽을 허물고, 문명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교회론의 근거는 바로 무차별적 사랑이어야 한다”며 “세상 질서의 반제로서 교회는 적어도 차별과 배제의 정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대안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교회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성장하기 위해선 여성에 대한 인식의 폭을 “시어머니, 며느리”가 아닌 “지성인, 리더”로 확대시켜야 함을 지적했다.
구 교수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교회여성 각자가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도록 양육하고, 건전한 정치적 견해와 사회의식, 그리고 신학적 이해를 지닌 여성 리더로 자라가도록 배려하지 않는 한, 성숙한 양성평등문화가 교회에 정착하기는 요원한 일”이라며 이는 사회적 역량을 두루 갖춘 여성들을 담지 못해 교회 성장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그녀는 “생명체는 동종교배를 반복할수록 열등해지고, 이종교배를 통해서만 강인해진다”며 교회 내 남성 신학자들 및 남성들에게 “여성이 되어달라”고 전했으며 교회 안에 남녀의 신학적, 신앙적 접속을 통해 한 단계 변화되고, 발전된 교회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