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회보 10월 호 WCC 제10차 총회 유치관련 대담에 참여한 기장 배태진 총무,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NCCK 권오성 총무, NCCK 정해선 국장(왼쪽부터) ⓒ기장회보 |
기장회보가 10월 호에서 WCC 제10차 총회 유치관련 대담을 가져 주목을 모으고 있다. 대담에 참여한 이들은 NCCK 국제위원장 박종화 목사, NCCK 권오성 총무, NCCK 정해선 국장으로 WCC 제10차 총회 유치를 위해 한국교회를 대표해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여 유치에 성공한 일등 공신들이었다. 대담은 기장 총회의 살림을 도맡고 있는 배태진 총무의 사회로 진행됐다.
대담에 참여한 인사들과 간단한 인사를 마친 배태진 총무는 먼저 WCC 유치 의의에 관한 설명을 박종화 목사에게 요청했다. 박종화 목사는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주를 하나님과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교회들의 모임’으로 WCC 창립총회 이후, 한국교회는 WCC의 일정부분 지원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이제 한국교회의 위상은 WCC를 통하여 세계교회를 도와야 할 위치에 서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어 “이번 WCC 총회 유치를 통해서 한국교회는 한국특성의 교회(Local Church)이면서 동시에 세계를 품는 교회(Global Church)가 되어야 합니다. Local Church로서의 위상정립과 Global Church를 향한 교회인 ‘글로칼교회(Glocal Church)’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서 ‘WCC는 한국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으며, 동시에 한국교회는 WCC에게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하게는 신학과 교회 일치, 선교, 사회봉사의 세 영역에서 ‘글로벌-로칼’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배 총무는 이번엔 한국교회가 WCC 총회를 통해서 세계교회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해 권오성 총무에게 답변을 요청했다.
권오성 총무는 “120년의 역사는 이천 년 역사에서 보면 젊은 교회에 속한다”며 “그럼에도, 선교를 받았던 교회로서 선교하는 교회가 되었다는 것은 세계교회사에서도 특이한 일이다. 세계교회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종교가 있음에도 한국은 종교전쟁 같은 것을 겪지 않았으며 다른 종교와 공존하며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문제, 통일문제 등 한국 민주화 운동 역사적인 변혁기에 힘을 합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경험을 나누는 것은 참석자들에게 한국교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WCC 개최지 선정 이후 WCC 총회준비위원회의 향후 활동에 관한 질문도 있었다. 권오성 총무는 “먼저 준비위원회를 조직하여,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회의, 신학적인 의제를 위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문제에 대한 신학적 의제 혹은 신학 자체에 대한 많은 논의를 통해서 WCC를 수용하기 위한 내적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총무는 특히 WCC 총회 개최 준비는 NCCK 그리고 그 산하 교단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이번 회의는 NCC 에큐메니칼 라인 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회가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내부에 실질적인 교회 간의 대화를 통해 WCC 총회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내실있게 준비할 것인가,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찾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예장고려, 예장합동 등 일부 보수교단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WCC 반대의 목소리에 관한 WCC 총회준비위원들의 소견을 들어보는 시간도 이어졌다.
박종화 목사는 “WCC가 창립되면서 국내 교단의 분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공산권이었던 러시아정교회를 비롯한 공산권 교회를 가맹교단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공산권에 있는 교회가 멤버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이 있었는데 우리 경우에는 이것이 ‘용공논란’으로 이어졌다”며 “그러나 지금은 공산권은 무너졌고, 냉전구조도 해체되었고, 이념적 논쟁은 이미시대를 초월했고 해소되었기에 지금은 이미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박종화 목사는 또 종교다원이니 종교혼합이니 하는 WCC 신학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도 이어나갔다. 그는 “WCC는 어떤 특정 신학을 주장하지 않는다. 통합적인 신학이다. ‘신학들의 광장’ 혹은 ‘열린 광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삼위일체 신앙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WCC는 ‘열린광장’이지 어떤 특정 신학을 주창하는 장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박 목사는 “이런 현상은(WCC에 신학적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의)한국교회의 상황에만 파묻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세계교회의 흐름과 상황을 알면 달라질 것”이라며 “모두가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열린 광장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더 넓은 지평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오성 총무의 답변도 이어졌다. 권 총무는 “같은 맥락에서 NCC 신학이 뭐냐 물으시는 분들도 있는데, 삼위일체 신학의 바탕에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들에 대해 ‘신학의 광장’을 마련하고, 서로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도출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준비과정에서 WCC의 본 모습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소개하고 알리는 것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소중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에 함께 참여한 기장회보 편집인 김민수 목사의 질문도 있었다. 김 목사는 WCC 이해를 위해서 어떤 일들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권오성 총무는 “우선은 WCC의 기본자료를 충실하게 발표, 번략하고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으며 “두 번째는 회원 교단과 함께 비회원교단을 포함하는 신학적 마당, 모임 등을 통해서 WCC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정해선 국장은 “반 WCC 정서를 가진 교단들도 준비과정 속에서 서로 교류하다 보면 일정한 합의를 해 내고, 서로 인정할 수 있는 접점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각자가 자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가 될 수 있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를 위해 신학연구위원회 같은 부서에서 다양한 과제를 놓고 교류할 수 있는 수단들을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진 총무는 이어 WCC 총회 개최 준비 기간인 3년 그리고 개최후 7년 이렇게 10년의 세월이 한국교회에 미칠 긍정적 변화에 대한 설명을 박종화 목사에게 요청했다. 박 목사는 “제8차 총회에서 ‘WCC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선두주자가 되어 가맹교단이 아닌 곳에서도 크리스천 포럼(Christian Forum)을 갖기로’ 했다”며 “NCC 등 어떤 기구와 상관없이 ‘포럼’이 어떤 형태로 한국에서 이뤄지는가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태안기름유출사고가 있었을 당시 한국교회가 일치단결해 보여준 봉사활동은 아주 좋은 예였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이렇게 사안별, 주제별, 사업중심의 ‘크리스천 포럼’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모델들이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활발하게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WCC의 큰 흐름은 포용주의”라고 언급했다. 종교간 대화도 이 원칙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박 목사는 “종교끼리 평화 공존하면서 전쟁 없는 상호공존을 이뤄가자는 것”이라며 “WCC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열린 광장’으로 다양한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지 다원주의적인 입장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방식을 버리고 평화의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민수 목사가 WCC 총회의 주제로 어떤 것들이 논의되고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대담이 마무리됐다. 권오성 총무는 “교회 혹은 개교회 교인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신학적인 정리도 이뤄질 것이고, 신학적인 고백과 실천내용 등 교회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종화 목사는 “중요한 것은 ‘분과주제’”라며 “분과주제가 사업주제가 된다. 이 분과주제가 얼마나 성실하게 다뤄지는가에 따라 세계교회와 한국교회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평화’ ‘정의’ ‘생태’ 같은 주제들은 분과 주제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깊이 있게 다뤄질 것이라고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