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시신안치실 냉동고에는 우리 시대의 양심과 인권과 민주주의가 11개월 넘도록 얼음이 되어 갇혀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마포 용강동에서 용역의 폭력에 시달리던 60대의 철거민이 자살했습니다”
10일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린 2009 NCCK 인권주간연합예배에서 인권상을 수상한 박래군 선생(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수배자로 살았던 9개월 간 박 선생은 그토록 함께 하고픈 용산참사 현장에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박 선생은 “수배자로 벌써 9개월여,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1개월을 눈앞에 보고 있다”며 “그 시간의 대부분 동안 저는 용산참사 현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곳을 지키는 유가족들과 철거민들과 활동가들과 성직자들과 문화예술인들과 지금도 꾸준히 찾아주고 성금을 보내주는 시민들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 선생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흘리는 눈물을 회고했다. 그는“잠들었다가 눈을 떠도 다시 영안실인 이 현실을 유가족들이나 철거민들은 용산 남일당 참사현장에서 매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늘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철거민들이 현실에 주목했다. 박 선생은 “동절기 강체철거가 버젓이 자행되고, 약자들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개탄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용산에서 생명 여섯이 스러졌음에도 계속되는 잔인한 인권유린의 참상을 보면서 상을 받는 기쁨을 누릴 잠깐의 여유마저도 사치임을 고백한다”고 했다.
그는 철거민들을 사지(死地)로 몰아 놓고 있는 정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선생은 “이 겨울, 권력은 더욱 포악해졌고, 그 포악한 권력은 우리의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고 짐승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용산참사가 발생했고, 그 참사가 해결되지 못하는 게 이 나라의 인권현실을 웅변으로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자신의 신념을 거듭 밝혔다. 박 선생은 “용산참사 현장을 지키면서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고, 기도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을 받아야 합니다. 국가폭력과 구조적 차별로 인해 눈물짓는 인권침해자들이 없는 세상, 사회적 약자들이 배제되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세상, 그들이 스스로 힘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 인권의 가치가 하나도 남김없이 실현되는 세상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살겠다”고 말하며 수상 소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