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한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17일 월드 글로리아 센터에서 ‘생명, 평화, 정의’를 주제로 2008 에큐메니칼 선교대회 소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생명에 대한 발제를 맡은 박남희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는 ‘생명에 대한 철학과 신학의 변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교회의 역할은 생명을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은 물론 일상의 모든 삶을 생명의 충일함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 “경제의 논리가 아닌 생명의 논리에 근거한 생명신학이 교회 안에서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신학의 한 예로 수도원적 영성운동과 창조신앙 등의 교회 전통을 소개한 박 교수는 “하나님을 알고 동행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를 낮추고 다양한 소리에 귀를 귀울이기 때문에,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전했다.
이에 관해 성서에도 새롭게 접근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생명의 문제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성서를 죽어있는 과거의 언어로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생명을 부여하는 살아있는 언어로 읽음으로써, 구체적인 나의 현실 속에서 함께하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명운동과도 연관지어진다. 박 교수에 따르면 과거 교회 안에도 이와 관련된 전통들이 있었다. 성서 외에 자연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자 했던 6세기 수도승 베네딕트나 지구를 확장된 가족의 일원으로 여겼던 성 프란시스, 자연은 하나님의 성소며 성서 이전의 성서라고 말했던 마이스터 엑카르트, 생명의 외경을 쓴 슈바이처 등이 그 예이다.
박 교수는 “그러나 신학은 이들에 의해 주조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교회는 자연 구원과 관계된 창조신학을 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의 초월성을 강조하고 인간중심주의를 고착시키면서 자연을 타락한 곳으로 억압하고 인간에 의해 다스림을 당해야 하는 곳으로 여긴 결과, 교회는 폐쇄적으로 변했고 기독교는 세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사회, 다른 종교와의 관계마저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교회가 사회와의 관계성을 갖지 못함으로 교회는 사회에 대해 침묵할 수 밖에 없었으며, 사회는 생명 잃은 물질문명 사회로 치달았다. 또 교회가 다른 종교와의 관계성을 갖지 못함으로 교회는 내적으로는 자신을 새롭게해나갈 자기 생명력을 상실하고, 외적으로는 다른 종교와의 분쟁으로 인한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며 “불행히도 이런 의미에서 세상은 더 이상 교회를 찾지 않는다”고 창조신학을 망각한 교회의 현 주소를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자기 비움과 겸손에서 찾았다. 자기비움과 겸손으로 이전같은 폐쇄적 태도를 버릴 때, 자연과 사회,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새롭게 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박 교수는 생명에 대해 “근대의 인간이성에 의해 사유와 합치되는 면에서만 부각됐다”면서 “생명을 배제한 자연과학의 방법적 진리는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 추구, 무한경쟁을 불러와 소비의 무한화로 이어졌으며 나아가 환경파괴, 급기야는 인간의 존재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왔다”고 현대의 위기를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타자를 사회적 소외자나 소수자, 다른 문화, 인종, 종교, 생명체, 자연 등으로 정의 내린 뒤, 타자를 차별이 아닌 차이로서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