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강원돈 교수 |
강 교수는 "많은 경우, 교역자들은 자신이 받은 은사가 특별하기 때문에 회중이 자신의 권위를 당연히 인정할 것을 주장하고, 교인들에 대한 카리스마적 지배를 마땅한 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교회를 이끄는 교역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권위주의가 교회공동체에 미치는 폐해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 폐해로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교인들의 다양한 은사들이 사장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교회가 교회답게 성장하지 못하고, 세상을 온전히 섬기지 못하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는 것. 이어 강 교수는 '은사공동체로서의 교회 이해와 권위 문제'는 글의 주제에 걸맞게 성서가 말하는 은사(charisma)의 올바른 의미를 하나, 둘씩 양파 껍질을 까듯이 벗겨 나갔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은사는 본래 '성령의 선물'을 뜻했다고 한다. 은사의 특징은 개개인에게 허락된다는 데 있고, 각 사람은 받은 은사를 소중히 여겨 자신을 계발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자신이 처한 삶의 여건을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면서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데 있다.
이어 강 교수는 △'신령한 은사'를 받는 일이 예수를 주(主)로 고백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은사가 성령에게서 거저 받은 능력이나 재능임을 강조한다 △각 사람이 받은 은사가 다양하고 각각의 은사에 우열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바울의 은사론은 바울의 유기체적 교회론의 바탕이 된다 등 바울이 제기한 '은사론'에 주목했다.
강 교수는 특히 바울의 '은사론'에 "은사공동체에서 필요한 미덕은 다른 은사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다른 은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하여 선을 이루려는 태도이다"라며 "오직 그러한 태도를 가질 때에만 각자 받은 은사의 원천인 성령의 뜻에 따라 교회 안에서 교통과 사귐을 이룰 수 있는데 이러한 태도를 기르는 것이 바울이 말하는 교역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회가 제도화 되면서부터 바울이 구상한 은사공동체의 형상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강 교수는 " 콘스탄틴적 기독교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확립되면서 역사적으로 청산되었다고 하지만, 그 잔재는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며 "교회에서 가르침과 감독이 위에서 아래로 지배하는 일종의 권력 현상으로 나타나는 일은 우리 시대에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권력 현상에 대한 한 해방신학자의 말을 인용했다. 1980년대 중반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는 교회를 향해 "교회가 권력에 근거할 것인가, 은사에 근거할 것인가 약자택일을 하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한국 개신교의 교권화는 예외일까? 강 교수는 한국 개신교 안의 종교권력 문제를 빠트리지 않았다. 그는 한국 개신교에 성격을 달리하는 교권 세력이 등장한 시기를 1960대 후반으로 평가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세력은 천막 교회를 대형 교회로 성장시킨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이었다.
강 교수는 "양적 성장에 성공한 목회자는 성령의 능력을 받은 사람으로 인정되어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교회에서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행사하게 되었다"며 "바로 그들이 오늘 한국 개신교에서 종교권력을 장악한 세력이다"라고 했다. 이어 카리스마적 지도자들로부터 파생되는 권위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은 탈선과 오류가 드러날 때마다 시인하기 보다는 감추고, 부정하려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를 놓고, 강 교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에게서 '카리스마'는 성령의 값없는 선물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인물에게 부여된 소유물이나 특질로 생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은 대게 은사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 대표적 현상으로 강 교수는 '담임목사직 세습'을 꼽았다. 그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자신의 직책을 제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서는 담임목사직을 혈통에 따라 계승하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권위주의의 폐해는 비단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강 교수는 그밖에도 교회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라는 뿌리 깊은 권위주의 문화에 묶여 여성과 남성의 역할 분담에서 폐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고, 교역자 중심의 일방적 교회 운영으로 회중이 극단적으로 분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끝으로 은사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교역윤리적 원칙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첫째, 개방성의 원칙에 충실하여야 한다 둘째, 교회는 민주적 협의체여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여야 한다 등을 들었다. 강 교수는 "이 같은 원칙들에 따라 은사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교역자는 교역자 나름대로 민주적 리더십을 익혀야 할 것이고, 회중은 회중대로 은사공동체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훈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