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를 지나고 있는 한국기독교연구소의 4월 예수포럼에 첫 신학자 강사로 초대 받은 이는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였다.. 김경재 교수는 19일 저녁 7시 청파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연구소 월례 예수포럼에 초빙 강사로 나서 "나의 인생과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생애와, 기독교 이해와 신념, 신학적 과제와 전망을 차례차례 서술했다.
▲ 김경재 교수는 "나의 인생과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걸어온 삶의 길을 비롯해 자신의 기독교 이해와 신앙적 신념, 꿈꾸는 신학적 과제와 전망을 풀어놓았다 ⓒ김태양 기자 |
걸어온 삶의 길
유교적 가정에서 자라났다는 술회로 시작된 김 교수의 생애는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이 유년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6.25 동란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경험한 죽음의 문제는 그에게 또다른 잊지 못할 사건이 되었다.
이어 김 교수는 평생 교육자의 인생을 산 학인(學人)답게 먼저 진리에 대한 목마름을 느낄 나이인 청소년들에게 지워져 있는 대입 위주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인간과 역사의 근본적인 문제에 일찍 눈을 떴던 자신의 청소년기를 소개했다.
"집안이 교육자 집안이니까 교육을 통해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킬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어릴 때 뭘 알겠냐마는 교육 가지고만 안 된다고 생각했다. 종교라든가,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비록 미성숙한 상태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했고, 그런 지가 50년이 지난 지금, 당시를 돌아보면 그 때보다 한 발짝 더 나간 것 같지가 않다. 그 때 질문을 던지고 대답도 나름대로 받은 것 같다."
김 교수는 무등산 산정의 기도와 화엄사 계곡의 죄를 씻는 세례 체험 등을 회상하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성서 읽기와 영적 체험을 하는 가운데 큰 기쁨과 환희, 깨달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복음은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 가며, 계시는 이성을 완성시킨다고 가르치셨던 장공 김재준 선생이 있는 한국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행운이었다. 그곳에는 복음이 주는 자유함이 있었다. 아마 보수적인 신학교에 갔다면 도중에 그만두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게는 복음을 위해 일생을 살도록 하나님께 부름을 받았다는 뚜렷한 자각이 있고, 그것은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 양보하고 싶지도 않다."
김 교수는 칼 바르트, 폴 틸리히, 디트리히 본회퍼 등의 서구 철학자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면서도, 김재준, 함석헌, 서남동, 안병무, 유동식과 같은 한국 신학자에게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재준 선생께는 기독교 복음의 본질에 대해, 함석헌, 서남동 선생께는 역사의 실재와 진정한 주체에 대해, 안병무 선생께는 역사적 예수의 구원사건이 민중종교로 어떻게 전개되어 갔는지에 대해, 유동식 선생께는 복음선교에서 해석학적 과정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 배웠다."
기독교 이해와 신앙적 신념
이어 김 교수는 자신의 기독교 이해와 신앙적 신념을 힘주어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 복음의 본질은 십자가에서 죽임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길이요 진리라고 고백하는 것이고, 기독교는 또한 부활의 종교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도록 추동하는 구원의 능력이 기독교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통적인' 자신의 기독교 이해를 묘사했다. 최근 서구의 역사적 종교로서의 기독교는 에너지가 고갈 되어갈지 몰라도 성서 속에 있는 기독교는 이제 첫 페이지를 넘긴 것이라는 한 서구 학자의 희망을 인용하며, 한글이라는 신비로운 문자로 표현되어 있는 ‘한글 성경’이 있는 한 복음의 창조적 변화능력이 한국 교회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에 대한 자신의 진단은 꽤 과격하다고 단언하며, 김 교수는 옛 가지에서 새 꽃이 피기는 힘들다는 절망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한국 개신교는 너무 빨리 노쇠증에 걸리고 경직화 되어 초창기의 창조적 생동력을 거의 상실했다고 말했다. 제도적 종교로서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단한 김 교수는 △교권주의와 자본주의적 생리, △성직자의 명예욕과 탐욕, △이성과 과학에 반대하는 계몽기 이전시대의 신학풍토, △지구촌 이웃 종교에 대한 무지, △독단적 폐쇄성 등을 그 이유로 들며 이 5가지 해독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했다.
신학적 과제와 전망
한국교회의 이 같은 상황에 김 교수는 자신이 꿈꾸는 신학적 과제와 전망으로 대승적 기독교 개론서를 집필하는 일을 제일로 꼽았다. 그는 '대승적'이라는 용어에 대해 기존 서양 기독교 신학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극복되고, 초자연적 영계와 물질적 세계를 비롯한 모든 대립 갈등이 해소되며 하나로 회통되는 놀라운 창조세계를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도그마 신학에 칩거하는 한국 개신교 풍토 속에서 정직한 신학적 지성의 역할을 감당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지구촌 시대의 그리스도교에 합류하고, 종교신학, 과학신학, 생태학적 영성신학 등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이러한 주제들을 소개하고 보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전부 복음화 된 줄 아는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이 하나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체념하는 태도, 비판만하는 태도, 수수방관만하는 태도는 복음적 태도가 아니라고 경계하고서 깨어 있는 성숙한 평신도들과 진보적 목회자들이 하나가 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교회 함부로 비판하면 안 돼, 위세 과시보다 나눔의 실천을
한편, 강연 후 한 질문자가 대형교회의 폐해에 대해 묻자, 김 교수는 대형교회를 함부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회 신학은 약 250명 정도 모이는 교회 모델에 있다고 제시했다. 교회가 큰 것이 문제가 아니라 크면 클수록 유혹이 많고 비본질적인 요소가 자꾸 끼어들어오니 문제가 된다고 진단하며, 교회가 커질수록 갈릴리 초창기 교회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형교회가 기독교 종교집단으로서의 위세를 떨칠 생각을 해서는 안 되나, 10만 명씩 모여서 기도한다고 위세하고, 새벽기도 한다고 현수막 써 붙이는 등 얼마나 타락했는지 모른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분배의 문제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통계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한국교회가 헐벗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지출하는 교회 예산이 전체 예산의 2~3%라고 하는데 이게 25% 정도까지 올라가야 특히 대형교회는 욕을 안 먹는다. 대형교회를 다니는 혹자는 우리 돈 우리가 쓰겠다는데 뭐가 어떠냐고 반문하기도 하는데 이건 뭘 모르는 사람의 말이다. 그걸 내 돈이라고만 생각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대형교회가 몰라서 그렇게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안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개혁하고 또 개혁하고 회개하고 또 회개하는 길 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종교사업 하다가 잘 먹고 잘 살다가 죽는 것이다. 나중에 예수께서 나는 너 모른다고 하시면 그 땐 어떻게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