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민중신학의 진화는 계속된다

신간 『다시, 민중신학이다』

1970~1980년대의 군사독재와 산업화를 배경으로 나온 ‘민중신학’이 진화하고 있다. 한국민중신학회가 최근 2년간의 월례세미나에서 발표된 원고를 엮은 신간 『다시, 민중신학이다』(동연)는 민중신학이 지금까지도 건재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권진관 한국민중신학회장은 현 민중신학에 대해 평하기를, “동력을 많이 잃었다”고 했다. 토착화신학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신학으로 세계에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옛적의 ‘파워’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하긴, 그때의 민중신학은 거의 ‘혁명’이었다.

권 교수는 “그러나 이 책에 기고한 저자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민중신학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이 책은 민중신학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한 저술”이라고 민중신학의 재기를 예고했다. 저자는 민중신학 1세대의 직계 제자 강원돈, 권진관을 비롯한 12명이다.

권 교수는 한국교회가 자본주의에 물들대로 물든 지금의 모습으로는 한국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때 민중신학이 “오늘의 현실을 설명해내고 대안적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예언자적 신학으로 나아감으로써,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해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새로운 민중신학’을 꾸준히 모색하여, “시대마다 시대적인 화두를 발견하고 그 화두를 사회를 향해 던”지는 민중신학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저자들은 어떻게 민중신학을 변형, 재해석하고 있을까? 김영철 목사(새민족교회)는 민중신학이 ‘세계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신학적 작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며, 민중신학자 김용복이 제시한 ‘하나님의 정치경제’ 개념을 현 세계교회가 제기하고 있는 ‘신앙의 문제로서의 경제적 이슈’와 상호 연관시키는 과제 등을 제시했다.

민중신학의 ‘민중’ 개념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견해도 많았다. 류장현 교수(한신대)는 한국 사회에 급증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주시하며, 이들 “떠돌이 민중”과 공생할 수 있는 다문화 신앙공동체의 구체적 형태를 논의하는 것이 21세기 한국교회의 새로운 신학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박일준 박사(감신대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는 이 시대의 ‘가난한 자’와 과거의 ‘가난한 자’는 그 개념 및 범위가 더 이상  같지 않다며, 민중신학이 ‘가난’의 문제를 치열하게 재고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을 말하면서, 우리는 왜 민중신학이 구사하던 대항 담론의 전략이 실패했는지 반추할 필요가 있다. 민중신학이 지배 담론의 체제 안에서 대항 담론의 자리에 정주하려는 안일함”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김희헌 교수(성공회대 초빙)는 민중신학의 민중 메시아론을 과정신학의 시각에서 재해석했고, 강응섭 교수(예일신학대학원대학교)는 라깡과 민중신학을 연관시켰으며, 김은규(성공회대), 이병학(한신대), 김종길(덕성교회) 등은 성서 재해석의 근거로서 민중신학을 다뤘다.

권진관 교수는 수록 논문 <중진국 상황에서 민중신학하기>에서 “이제 솔직하게 한국의 사정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상황의 변화를 고려한 민중신학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민중교회는 “과거처럼 사회의 저변층의 사람들이 중심을 이루지 않고 있다. (…중략…) 지식인, 중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따라서 “민중신학의 근저에는 다중적인 민중, 특히 지식계층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계층들의 집단인 ‘다중’이 중심을 이루는 사회운동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간 『다시, 민중신학이다』 차례

머리말: 왜, 다시 민중신학인가?

제1부 시대와 민중신학  -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해석하는 민중신학
․ 한국 교회의 ‘세계화 신학’을 위하여 _김영철
․ 다문화 사회의 떠돌이 민중에 대한 신학적 이해 _류장현
․ 사회윤리의 과제와 방법 _강원돈
․ 민중과 디아코니아 - 안병무의 민중신학에 대한 디아코니아적 구상 _홍주민

제2부 민중신학과 성서 - 성서 재해석의 근거로서 민중신학
․ 야웨의 배우자이자 민중종교로서 ‘아세라’(Asherah) 여신(女神) _김은규
․ 대량학살의 기억과 반제국주의 운동 _이병학
․ 칭의론과 그리스도의 믿음 - 갈라디아서 2:15-21을 중심으로 _김종길
․ 고통 가운데서도 파멸하지 않는 인간의 삶 - 『욥기』 다시 읽기 _최형묵

제3부 다시, 민중신학이다 - 오늘의 민중신학을 위한 시도
․ 중진국 상황에서 민중신학하기 - 민중론을 중심으로 _권진관
․ 민중 메시아론의 과정신학적 재구성 _김희헌
․ 라깡과 민중신학 _강응섭
․ 탈근대 시대의 가난한 자, 사이 그리고 혼종성 _박일준

참고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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