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하는 김종길 목사 ⓒ김진한 기자 |
김종길 목사는 발제에서 “초기교회는 역사적 예수와 아울러 캐리그마적 그리스도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케리그마의 그리스도를 강조하는 경향은 바울 이후 복음서에서 보다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바울이 그의 서신에서 캐리그마적 그리스도를 유독 강조하지 않았으나 복음서에 의해 케리그마적 예수가 더욱 돋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복음서에서 하나님의 아들은 격상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며 “예수를 신격화 하는 교리는 성서시대 이후 교회사를 통해 더욱 발전했다”고 말했다. 또 중세기에 접어들면서 예수를 신격화하려는 경향이 보다 강화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중세기에 들어서자 교회는 예수의 신격화를 수용해 기독론을 형성했다”며 “정통 그리스도교의 신앙고백문인 사도신경에는 나사렛(역사적) 예수가 빠져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교 전통은 ‘예수가 믿는 믿음’을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변경하고, 예수가 선포한 복음을 예수에 관한 복음으로 대체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예수가 선포한 복음’이 ‘예수에 관한 복음’으로 대체된 것도, 종교개혁에서 ‘오직 믿음’을 내세우며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더욱 강화한 것도 예수를 신격화하는 흐름에서 나온 결과라고 평했다.
이 같은 김 목사의 주장에 민중신학자들은 한편으로 동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굳이 역사적 예수와 캐리그마적 예수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김 목사는 “예수를 신격화하는 케리그마적 예수가 강조될 시 나타날 수 있는 기독인들의 의존적 성향을 우려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예수의 인성과 신성이 잘 나타나야 비로소 기독인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신앙 행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어 질의하는 입장에서 민중신학자들이 생각하는 ‘칭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김 목사는 앞서 발제 중간 중간에도 ‘칭의’에 대한 민중신학자들의 생각이 궁금하다며 토론회 시간에 답변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통신학을 하는 이들은 이 ‘칭의’를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사건을 통해 얻어진 값진 선물이라고 보는 데 반해 민중신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
토론회에 참석한 한 민중신학자는 “하나님은 인간의 때를 밀어주시는 때밀이가 아니다”라며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믿는다는 것 하나로만 ‘칭의’를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수의 대속 사건이 하나님의 인류를 구속하기 위한 큰 계획 속에 일어난 사건이지, 이것을 ‘칭의’와 ‘구원’에 이르게 하는 유일한 길인 양 해석하는 것은 자칫 하나님을 때밀이로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참석자는 “수천년간 이스라엘 족속과 함께 했던 야훼 하나님을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의 하나님으로 인식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적, 공간적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우리나라 토양에 맞는 우리의 하나님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학적, 역사적 토양을 한반도에서만 찾을 시 민중신학을 폭 넓게 연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텃밭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포럼은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예정보다 한시간 늦게 끝났다. 포럼을 마친 김종길 목사는 “정통신학에 몸담은 신학자로서 민중신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 뜻 깊었다”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신학자들간 대화는 꼭 필요한 일이고, 유익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