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4시경 경동교회 여신도회 성도들이 성가 합창의 리허설을 막 마치고, 손님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앞서 준비했던 음식들을 친교실에 차려놓고, 손님들이 가장 먼저 들르게 될 여해문화공간의 주변 정리를 끝낸 뒤 합창을 위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4시 30분. 초롱 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이 하나, 둘씩 여해문화공간에 들어섰다. 여신도회 성도들이 엄마처럼 할머니처럼 아이들을 반갑게 맞았으며 아이들 역시 그런 상황에 익숙한 듯 성도들에게 밝은 미소로 답했다.
경동교회 선교봉사 위원회는 몇년전부터 성탄절을 앞두고 , 들꽃마을을 방문해 피치못할 사정으로 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을 해왔다.
선교봉사 위원회 위원장인 정대선 집사에 따르면, 선교봉사 위원회 회원들은 명절이나 절기 때마다 들꽃마을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고기도 구워주고, 학용품 등을 선물하면서 그날 만큼은 아이들의 친엄마·아빠가 돼 아이들과 교제를 나눠왔다고 한다.
올해 역시 선교봉사 위원회는 여신도회와 선우회의 협조로 들꽃마을을 방문하려 했지만 이번엔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들이 다니는 교회가 어떤 곳인지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해 이를 수락한 것.
이 같이 경동교회 성도들과 아이들이 따뜻한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 때문이었다. 2006년 민들레교회를 개척한 이후로 들꽃마을 아이들을 위해 봉사했던 이재호 목사. 그는 경동교회 부목사 시절 들꽃마을의 ‘들꽃피는 학교’의 이사, 명예교장 등으로 활동하며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들꽃피는 학교’는 부모와 함께 살 수 없어 가출한 아이들, 부모를 여윈 아이들 등 가족이 없는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대안학교 역할을 해왔다. 이재호 목사는 현재 이 학교의 교장이면서 동시에 주일이면 아이들이 찾는 ‘민들레교회’의 담임목사이기도 하다.
가족 없는 아이들을 품는 특수한 교회를 맡고 있는 이재호 목사의 목회철학 지향점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아이들이 제 집처럼 편안하게 서로가 가족이 되어 따뜻한 교제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 그리고 가끔씩은 아빠,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되어 위로해 주는 것이다.
사회에서 소외 받는 이들을 위한 부목사의 이런 따뜻한 목회 사역에 감동한 경동교회 성도들은 이 교회를 위해 작지만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었다. 여해문화공간에 들어온 50여명의 아이들이 좌석에 앉자 여신도회 성도들이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 닦은 성가곡을 불렀다. 엄마 같고 할머니 같은 경동교회 성도들의 성가에 아이들은 “앵콜” “앵콜”이라 외쳤다.
경동교회 성도들의 환영에 답례를 하듯이 이번엔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준비한 찬양을 불렀다. 수줍은 지 어떤 이는 고개를 숙이기도 어떤 이는 눈을 꼭 감고 부르기도 했지만, 그들의 찬양 소리에 한결 같이 묻어난 것은 감사였다.
아이들은 여해문화공간에서 경동교인들의 환영을 받은 데 이어 선한이웃 클리닉을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료 진료를 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날은 마침 경동교회가 외국인노동자들의 무료진료를 해주는 날이기도 하다.
성탄절을 며칠 앞둔 아이들은 경동교회의 비움과 나눔의 활동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말구유에서 나신 성탄의 비밀을 하나, 둘씩 풀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