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김형석 교수, “교회는 교리 아닌 진리 줘야”

<2015 기독인문아카데미> 강좌서 오프닝 강연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정승화 객원기자


한국기독교철학회(회장 신상형 교수)는 10월12일(월) 오후 서울 방배동 백석대학교 대학원 진리동에서 <2015 기독인문아카데미> 강좌를 시작했다. 주제는 “기독교 인문학, 한국교회를 진단하다”이며 오프닝 강좌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판받고 있음에도 외형적 크기를 키우는 데에만 열중하고 아픈 사람들을 보듬는 것에는 소홀한 현실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강좌에 앞서 신상형 교수는 인사말에서 “많은 신도들이 교회에서 이탈하며 비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독교의 위기이자 우리 사회의 위기[이며] ... 교회에 대한 맹목적 반대 세력이 들불처럼 번지는 것은 교회가 그들에게 응답하지 못한 결과로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신학과 교리로 파생된 한국 교회의 경직성은 그것으로는 이제 해결되지 않으며, 신학과 교리를 대신하여 다양한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살아계신 원본적 주님의 모습을 알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라며 기독인문아카데미의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강연에 나선 김형석 교수는 “기독교는 자연종교와 구별되는 역사종교”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머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를 인용하여, 인간이 가진 모든 종교는 전부가 자연 질서와 연결되고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자연종교인데, 구약과 신약만이 자연의 창조주인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로 맺어지기에 기독교는 자연종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종교가 아닐 수 있으며, 구별한다고 하면 역사종교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의 역사종교적 특성은 특히 구약과 신약의 초반부에서 드러나는데, 구약의 경우 창세기에서 룻기까지가 전부 역사 기록이며, 이후의 시편을 중심으로 한 내용들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여러 가지로 표현한다. 신약도 마찬가지로 마태복음에서 사도행전까지가 역사 기록에 해당하며, 사도 서신은 그리스도와 인간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요한계시록도 미래에 대한 역사적 설계의 속성을 띤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성경은 크게 세 가지 기둥으로 구성되는데, 역사의 시작에 해당하는 창세기 1장1절, 역사의 중심에 해당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역사의 끝에 해당하는 요한계시록 말씀으로 이뤄진다. 이 세 가지는 각각 ‘창조의 진리,’ ‘구원의 진리,’ ‘다시 오심의 진리’에 대응하며 그 중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진리를 먼저 만나야 창조의 진리와 다시 오심의 진리도 깨달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예수께서 바꿔놓으신 가장 큰 두 가지가 ‘하나님은 의로우시다’라는 것과 ‘하나님은 사랑하시는 아버지시다’라는 것이라며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라는 걸 깨달으면 인생이 변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의 핵심 부분은 교회가 위기에 처한 이유와 앞으로의 나아갈 길에 대한 분석이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위기에 처한 원인이 ‘진리가 아닌 교리를 가르치는 현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이 나의 인생관이 되어야 하는데, 교회는 자꾸 진리가 아닌 교리를 가르친다”라고 밝히며 중세 가톨릭을 예로 들었다. 중세 가톨릭은 교권(敎權)이 왕의 자리에 섰을 때 진리보다 교리를 중시하면서 타락하고 부패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스님들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목사나 신부가 쓴 책이 그러지 못하는 것 역시 스님은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목사와 신부는 교리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면서 “예수께서는 교리가 아닌 인생을 이야기하셨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정승화 객원기자
이어 김 교수는 서양사에서 교회가 제 역할을 했던 경우와 그렇지 못했던 경우의 사례를 들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의 3대 구호가 “자유를 달라(자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평등), 사랑을 베풀어 달라(박애)”였는데, 이 세 가지를 가장 앞장서서 실천했어야 할 프랑스 교회가 민중을 외면하고 사회를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혁명이 벌어졌다. 러시아 혁명도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들이 정부와 교회를 향해 손을 벌렸음에도 교회는 헌금을 요구할 뿐 그에 응답하지 않았던 것이 혁명의 요인 중 하나이다. 반면, 영국은 산업혁명의 부작용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음에도 혁명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영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북쪽에서는 장로교가, 남쪽에서는 감리교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기치로 사람들을 돌보았고, 빈민굴 속에서 구세군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기독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종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교회가 예수님 말씀을 가지고 있으면 민족의 희망이 되지만 교회가 예수님 말씀을 잃으면 사회로부터 버림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교회가 사람들에게 줄 것이 없어지고 이에 따라 교회를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교리를 가르치고 교회를 크게 지으려 하기에 앞서 사랑을 실천하고 ‘교회에 가면 배우는 것이 있다’라고 느끼게 해야 교회로 사람들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그리스도 정신을 가진 의사, 기업가, 기술자가 필요하며 앞으로 그들을 키우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예수님은 한 번도 교회를 크게 지으라 하신 적이 없다고 상기시키면서, 우리가 책임을 다 감당하게 되면 자랑은 세상 사람들이 해줄 것이니, 자랑하기 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며 강연을 정리했다. 그는 이제 교회의 과거를 탓하지 말고 미래를 보아야 하며, 창조적인 신앙과 역사에 희망을 주는 신앙을 새롭게 받아들임으로써 한국교회의 희망을 일구어가자는 당부를 덧붙였다.   
한편, 2015 기독인문아카데미는 10월12일부터 11월2일까지 네 차례 진행된다. 12일 강좌에서 이어지는 19일 강좌는 김형석 교수가 진행하며, 10월26일과 11월2일에 이뤄지는 강좌는 손봉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진행할 예정이다.  
글/ 정승화 객원기자(연세대 신과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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