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전철 교수, 「신학사상」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 연구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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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NASA 홈페이지 갈무리)
▲NASA에서 지난 2017년 공개한 밤을 맞은 지구의 모습들 중 하나.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인간이 야기한 지구 환경의 변화와 관련해 지구의 위기를 신의 피조 세계의 위기로 인식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신학적 해석학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이 논문에서 먼저 전 교수는 지구가 처한 여러 위기의 내용들을 설명했다. 그는 "지구는 인간의 터전이었지만 근대의 인간은 지구의 위기를 가속화시켰다"며 "지구의 인간을 향한 놀라운 역습의 장면들을 인간은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있다. 지구와 인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과 그에 맞는 삶의 방식을 인간은 배우고 구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이 야기한 지구의 총체적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친 것을 기후의 변화, 생명 다양성의 감소, 에너지 소비, 대기 오염 등 4가지로 요약했다. 특히 그는 "환경의 위기와 기술의 위기는 병존한다"며 인공 지능 시대를 맞아 "비인간 기계들의 공존과 동맹 속에서 구축되는 인공지능의 거대한 몸에 복속되어 그림자 노동으로 채굴당하는 인간이라는 환경의 심각한 위기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전 교수는 "고도의 신학적 상징체계인 예수 그리스도의 신령한 몸(soma, 소마)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다양한 소마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인간/비인간 주체들의 소마, 환경과 인간의 위기를 야기하는 디지컬 인공지능의 소마에 대한 비판적 주목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어서 지구 개념의 재구성을 시도했다. 전 교수는 "점증하는 지구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인간의 세계가 구성하는 인식론 안에 지구가 온전히 포착될 수 없다는 점을 놀랍게 자각하기 시작한다"며 "특별한 의미를 얻지 못하였던 '지구'가 인간의 세계에 매우 강력한 방식으로 새롭게 진입한 것이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환경 문제,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기후 난민 등과 같은 기존에 사유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의 인식과 도전 앞에서 인간은 '지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전 교수는 "이는 지구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오늘의 위기 상황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자각이다. 수많은 인간들이 지구 위에서 머물렀지만 오늘 만큼 인간이 지구를 이토록 골똘하게 집중해 본 적은 없었다. 새로운 지구 개념의 탄생인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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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전철 한신대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사진 가운데

그러면서 지구의 신학의 중요한 해석학적 출발점은 다름 아닌 "지구라는 개념이 얼마나 인간에 의해서 왜곡되고 규정되고 짓밟혀왔는지를 성찰하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이를 기반으로 인간과 지구, 사유와 사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립과 재구성이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지구라는 무대 위와 무대 안에 우리가 수동적으로 기생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의 생생한 관념 저편에 희미한 존재감으로만 다가오는 삭막하고 추상적인 개념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그것과 접속하고 체험되고 공존하며 그리고 의존되어 있는 수많은 교차의 집성체를 어쩌면 우리는 '지구'로 통칭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 교수는 무엇보다 "지구 생활자의 입장에서 지구는 순수한 객관적 무대가 아니다. 지구 위에서 우리가 생존하지만 지구는 생존과 사멸 모두를 품고 있는 장이다"라며 "인간학적인 관점에서 사멸의 영역은 생존의 영역보다 더 넓고 광활하며 깊은 심연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그 사멸의 봉인이 교란되고 풀리면 지구생활자가 거하는 생존의 공간 또한 가차 없이 흔들릴 수 있음을 오늘 우리는 묵시적인 지구의 여러 재난에서 발견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구 신학의 재구성도 시도했다. 첫째로 전 교수는 "성서 전통에서 전개되는 창조주의 창조의 능력, 즉 사랑의 대상은 인간과 사회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넓은 범위로, 특히 피조물 전체에 대한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했고 둘째로 "문화와 자연의 상호 역동적 분석의 과정에서 계시의 인식론이 적극적으로 요구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새로운 자연의 신학은 단순한 낭만주의적 동경이나 자연화에 대한 수용을 너머, 자연과 지구의 신학의 핵심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생명은 약탈이다"라는 주장을 했다. 자연 세계를 주도하는 약육강식의 본성에 대한 낭만화보다는 도덕적이며 종교적인 담론을 통한 목적론의 해석학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셋째로 "피조 세계를 하나님의 형상의 능력으로 회복하는 전환의 과정에서 '자기철회'에 대한 신학적 주목이 더 이루어진다"며 "자기철회의 능력은 하나님의 비움의 사랑이 빛나는 가장 고양된 방식으로 성취된 생명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자발적인 자기철회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의 형상에 부합하며 피조 세계의 회복과 지속 가능한 삶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피조 세계에 대한 지배적인 접근을 넘어, 자기철회를 통해 새로운 공생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생명의 고양된 지속 가능성 모델의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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