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징계와 충돌의 해결책 아닌 포용의 기회로 승화되길"

한국조직신학회, 24일 박영식 교수 사태에 대한 입장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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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이찬석 교수 페이스북)
▲이찬석 교수(한국조직신학회 회장)

교단의 창조 신앙에 반한다는 이유로 중징계 위기에 놓인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사태와 관련해 한국조직신학회가 24일 입장문을 내고 "오랜 세월 다양한 주장의 포용적 토론의 장이었던 한국조직신학회가 갈등과 분열의 진원지로 비쳐지는 일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국조직신학회는 얼마 전 박영식 교수의 '창조신학'을 놓고 공청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학교 측 대표자는 박 교수의 '창조신학'이 유신진화론을 수용하고 있다며 박 교수의 신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박 교수는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을 통해 "거두절미하고 레퍼런스"를 댈 것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조직신학회가 낸 성명에는 학회가 연 공청회가 의도치 않게 학교 측과 교원 또 진보·보수 학자들 간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도 박영식 교수 사태가 "징계와 충돌의 해결책이 아닌 포용의 기회로 승화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조직신학회 입장문 전문.

박영식 교수(서울신학대학교) 징계 안건에 대한 입장 II

지난 한 세기 넘는 한국교회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교회를 섬기는 학문공동체로서 한국조직신학회는 다양한 의견과 토론을 서로 받아들이는 포용적 공동체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건전한 성숙으로 이어져야 할 의견과 토론이 자칫 갈등과 징계로 이어질 수 있는 금번 상황이 회원간 대화와 수용을 통한 성숙의 계기가 되길 소망하면서 학회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밝힙니다.

첫째, 학문과 양심의 자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건전한 담론의 범위 내에서 학문과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공헌해 온 학자의 연구의 주장과 논의는 학문공동체의 발전과 교회와 사회의 기여를 위해 존중받아야 합니다.

둘째, 학자로서 박영식 교수의 인격과 학문, 삶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됩니다. 더 나아가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및 서울신학대학교의 명예와 위상이 실추되는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성실히 연구에 매진해 온 학자가 터전을 잃을 수 있는 상황, 그리고 한 교단과 그에 속한 구성원들이 명예를 잃는 일에 모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셋째. 본 상황이 징계와 충돌의 해결책이 아닌 포용의 기회로 승화되기를 소망합니다. 교회와 사회를 위한 성숙한 학문 공동체로서 한국조직신학회와 회원들 모두는 다양한 주장의 포용적 토론의 장이 되어온 본 학회 전통에 따라 당사자 모두가 다 같이 명예를 지키는 성숙한 결정을 하도록 돕기를 원합니다. 한국교회가 간직해 온 치유와 포용, 화해의 이름은 교회 뿐 아니라 사회를 향해 내놓을 수 있는 복음의 소중한 가치입니다. 교회와 사회를 위한 학문공동체로서 한국조직신학회와 회원들 모두가 이번 상황을 통해 교회가 간직해 온 이러한 가치들을 세상을 향해 보여줄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상황으로 인해 학문적 주장에서 비롯된 차이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거나 학문 공동체 내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간의 분열을 불러와서도 안됩니다.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 다양한 주장의 포용적 토론의 장이었던 한국조직신학회가 갈등과 분열의 진원지로 비쳐지는 일을 우려합니다. 반대로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한국교회와 신학의 성숙한 장이 열리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

넷째, 한국교회와 신학의 앞날을 향한 소망을 품고,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과정 속에서 학회는 회원인 박영식 교수와 함께 어떠한 일이 있어도 동고동락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서울신학대학교의 구성원 모두를 사랑하는 동반자로 함께 해 나갈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일이 성삼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회원 모두의 바램처럼 순적히 해결되어 나가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한국조직신학회(회장 이찬석 교수)

2024년 4월 24일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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