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근거로 "사회경제적 변화, 탈종교적인 가치관의 확산과 같은 문화적 변화, 출산율 감소와 같은 인구학적 변화 등 한국 사회의 변동 상황"을 들었다.
종교사회학자인 이 교수는 이 글에서 신학/신앙적으로 본질을 잃어 버렸다는 비난을 교회 안팎에서 받고 있는 한국교회의 쇠퇴 문제를 각도를 달리해 사회 과학적이며 경제학적 관점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20세기 후반 몇십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뤘던 한국교회는 어쩌다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이 교수는 "종교의 성장과 쇠퇴의 현상은 사회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사회학적으로 종교의 성쇠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요인은 분명하다. 이는 종교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수요 혹은 필요성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종교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약해진 현재 교회가 쇠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종교적 수요나 필요성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러한 요인 분석은 특히 두 가지 이론, 즉 '실존적 안전 이론' '박탈-보상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데 전자는 안전의 부재가 종교성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고 후자는 박탈에 따른 보상의 열망이 커서 종교성이 강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이 교수는 한국사회가 민주화되고 경제 수준과 복지 수준이 크게 향상되자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부와 건강을 약속하는' 소위 '번영의 복음'(Gospel of prosperity)은 의미를 잃게 되었다"며 "게다가 '보편적 복지', 나아가서 '무상복지'가 확대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적 배려는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다. 경제와 복지 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종교가 쇠퇴하게 된 서구 선진 국가들의 '세속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종교 쇠퇴를 촉진하는 또 다른 사회 상황으로 낮은 출산율을 꼽기도 했다. 이 교수는 "종교가 성장하려면 종교인의 출산율, 근본적으로는 국가의 출산율이 높아야 한다"며 "유럽의 평균 출산율은 1.5이지만, 아프리카의 평균 출산율은 4.3에 이르고 있다. 유럽에서 교회가 가장 쇠퇴하는 반면에, 아프리카에서 교회가 급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고 덧붙였다.
뜨겁던 한국인의 종교성이 약화된 점도 짚었다. 이 교수는 "대표적으로 한국교회에서 성령의 열풍이 꺼져가고 뜨거움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교계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한 산상집회, 부흥집회, 신유집회 광고가 이제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성령집회를 보기가 어려워졌고 여기 참여하는 교인도 별로 없다"며 "기도원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교회에서 '영성'이란 말은 들리지만, '성령 강림', '성령 체험', '성령 세례'라는 말은 점차 듣기 어려워졌다. 한마디로 교회성장의 동력이 되었던 '성령운동'이 교회에서 매력을 잃고 있으며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한국교회에서 뜨거운 성령운동이 사라지게 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경제, 교육, 과학, 복지의 수준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라며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인은 성령의 도움 없이도 잘 먹고 잘 산다. 한때 성령은 만병통치약이었다. 가난을 벗어나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 육체적 건강을 얻기 위해 성령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잘 사는 것은 좋은 직을 얻어 돈을 잘 버는 것이다"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 밖에도 1960-70년대 사회적 평판이 좋았던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은 점도 한국교회 쇠퇴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존경과 신뢰를 잃게 된 것은 무엇보다 교회가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성장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동안 한국교회는 급성장하면서 너무 자만했고, 풍요로워지면서 세속화하였다. 한국교회는 성공과 번영이 하나님의 복 받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하여 성장에 대해 자만한 모습을 보여왔다. 성장을 성공의 척도로 여기면서 지나친 팽창주의와 개교회주의에 빠져들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