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현존"'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송용원 교수(장신대 조교수)는 영적 현존이라는 개념이 틸리히의 '경계 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먼저 해당 논문에서 "폴 틸리히의 '영적 현존'이라는 존재론적 렌즈를 통해 그의 주요한 신학의 자리들을 분석하고, 그것이 갖는 신학적 기여와 한계를 평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연구 동기를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경계의 신학에 대한 영적 현존"과 관련된 진술을 주의 깊게 분석하여 성령과 인간 영 사이의 변증법적 구조의 다양한 단계를 고찰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한 연구 방법은 틸리히의 신학 체계 전체를 '영적 현존' 개념으로 계시/이성, 새로운 존재/소외, 공동체/개인, 말씀과 성례, 신성한 기도/인간의 기도, 카이로스/역사라는7단계구조로분석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송 교수는 그러면서 "이러한 분석을 통해, 틸리히의 성령론적 사고와 구조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영적 현존'이 지니는 존재론적 의미와 신학적, 종교적 한계를 포착하고자 한다"며 "틸리히 성령론의 공헌점은 그가 '영적 현존'의 개념을 강조하면서 '경계 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린 데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의 신학 체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존재론적 양극성과 변증법적 경계에 기초한 상관관계의 방법과 구조로 구성되는 반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초월-내재성으로 고안된 '영적 현존'은 그의 경계의 신학 구조에서 존재론적 양극성의 긴장을 극복한다"고 평가했다.
틸리히가 초월적 존재인 성령과 존재의 경계에 서 있는 인간 영혼 사이의 연결고리를 '영적 현존'으로 보고 그것을 신학의 양극 구조에서 파생한 다양한 경계를 극복하는 렌즈로 삼았다는 설명도 보탰다.
틸리히 성령론의 한계도 짚었다. 송 교수는 "틸리히 성령론의 한계는 '영적 현존' 개념이 신학적 차원보다는 존재론적 차원에 머문다는 데 있다. '영적 현존'은 단편적이나 존재론적 경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론적 의의가 있다. 하지만 존재론적 의미를 강조한 데 비해 신학적 함의에는 그다지 초점을 두지 않은 듯하다"며 "따라서 틸리히에게 있어서 영적 현존은 신학적 접근에 의한 종교적 극복이 아니라, 존재론적 접근에 따른 존재론적 극복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그의 존재론적 접근은'깊이'의 차원은 설명하지만, '깊이' 자체를 탐구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성령을 영적 현존이라는 존재론의 병(bottle)에 담으려는 시도에 비해, 영적 현존을 신학과 성서의 병에 담으려 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영적 현존의 기능적 역할은 일관되게 설명하지만 영적 현존의 깊이에 담긴 본질에 대한 분석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해 "틸리히의 존재론적 모델은 경계의 존재론적 양극성을 극복하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당대와 그 이후의 성령론을 위한 새로운 심층 탐구로 '영적 현존'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탁월한 혁신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