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욥의 고통을 물질적인 차원보다 정신적 차원에서 규명하려한 시도였다.
<기독교사상> 최근호에 실린 '욥과 멜랑콜리아: 산다는 것이 이렇게 괴로우니'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선종 박사(한일장신대 객원교수)는 욥의 고통은 심한 피부병 때문이 아니라 깊은 우울감 때문이라며 "욥은 구약의 대표적인 멜랑콜리커"라고 전했다.
김 박사는 "흔히 사람들은 슬픔과 우울감은 사람을 병들게 하는 부정적인 성질이라고 생각하여 피하고 억압하고 감추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며 "그러나 멜랑콜리아 이론을 통해 욥기를 읽을 때 독자들은 욥기의 신학을 더욱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욥은 구약의 대표적인 멜랑콜리커이다. 그는 하나님과 사람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고,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가지고 살았다. 화려했던 옛날을 그리워했다. 이러한 노스탤지어로 인해 욥이 현재 겪는 불행은 더욱 극대화되었다"고 했다.
또 "욥은, 회개하여 전통 신앙을 받아들이면 다시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세 친구, 교조주의자에 맞서 싸운다. 심지어 하나님에게까지 저항하며 하나님을 법정으로 소환한다"며 "자신이 의롭기에 하나님이 잘못한 것으로 여긴다. 욥에게 교리는 자신의 고난과 불행을 설명하지 못하기에 폐기처분해야 하는 틀이었다"고 덧붙였다.
욥기가 인과응보적인 기계론적 세계관에 균열을 내고 있음도 알렸다. 김 박사는 "욥은 하나님께 순종하면 복을 받고, 불순종하면 벌을 받는다는 기계론적인 세계관이 더 이상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음을 깨닫는다"며 "그러한 결정론적 세계관은 하나님마저도 정해진 질서 안에 가둘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외롭고 고독한 멜랑콜리커로서 욥은 전통 신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상과 세계상을 제시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현실과 도덕이 세상의 질서와 충돌할 때, 자신이 겪는 슬픔과 불행과 고난 역시 받아들이고 살아내야 하는 삶의 현실임을 알게 된 것이다"라며 "슬픔은 회피하여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겪어냄으로 이겨낼 수 있다. 고난과 고난에 대한 교조주의적 이해와 맞서 싸우는 가운데 하나님에 대해 귀로만 듣던 욥은 자기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적인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눈으로 하나님을 보게 된다. 이것이 욥에게 주어진 참된 보상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욥은 자신이 하나님과 사람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도덕적 질서와 자신을 둘러싼 존재론적 질서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인해 괴로워했다"며 "그러나 욥은 세 친구의 회개 요구에 굴복하지 않은 믿음의 영웅이다. 욥은 하나님과 사람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여 소외감을 느끼지만, 세 친구가 요구하는 세상의 질서에 편입하지 아니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제3의 길을 찾아나선다. "산다는 것이 이렇게 괴로우니!"(10:1a) 그의 외마디 탄식은 살기 괴로워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