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신학연구」 83집, 솔로몬 재판을 속임수 전략으로 읽은 연구 논문 실려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발간된 「신학연구」 83집(2023 겨울호)에는 이 솔로몬의 재판을 속임수 전략으로 새롭게 읽은 연구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논문 저자는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나누어 주라는 솔로몬의 명령은 "최종 판결이 아니라 두 여인을 친모와 사기꾼으로 구별해 내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라고 주장했으며 나아가 "선의로 사용된 속임수는 지혜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김성언 박사(연세대 객원교수, 구약학)는 '속임수 전략으로 읽는 솔로몬의 재판'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그 동안 성서학계에서는 솔로몬의 '지혜' 뒤에 가려져 있는 '속임수'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이것은 히브리 성서가 여러 곳에서 속임수를 부정적인 행위로 묘사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속임수라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지햬와 속임수의 관계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 방법으로 두 가지 문학적 모티프와 기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먼저 트릭스터(trickster)에 대해 "필요한 순간에 속임수를 사용하는 인물로 여러 문화권의 이야기에 보편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심지어 "우리의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상당수 캐릭터들 또한 트릭스터에 속한다"고 전했다. 성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 박사는 "야곱은 형과 아버지를 속였고, 그러한 야곱을 라반이 또 속인다. 심지어 야곱의 아들들마저 그를 속인다. 요셉 이야기에서도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이를 통해 성서는 속임수는 또 다른 속임수를 통해 되갚아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그리고 앞서 자신을 속였던 사람을 다시 속임으로써 해를 피하거나 상황이 회복된 경우에 긍정적인 속임수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러한 속임수가 범-문화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것이 "획일적인 양상을 띠는 것"은 아니기에 "이러한 트릭스터 이론을 성서 해석에 적용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김 박사는 경계했다. 특히 그는 약자들이 자기가 처한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쓰는 속임수를 왜 솔로몬 왕과 같은 절대 권력자가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기존 연구자들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솔로몬이 속임수를 왜 이용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김 박사는 속임수 모티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과 '운명의 반전'이라는 개념을 잇댔다. 그러면서 그는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는 트릭스터 모티프와 함께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명한 인식과 운명의 반전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읽을 때 본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트릭스터 모티프와 '인식'과 '운명의 반전'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솔로몬의 재판을 새롭게 읽은 그는 "솔로몬의 재판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속임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속임수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솔로몬의 재판 장면은 히브리적인 사고 체계 내에서는 속임수 전략이 지혜의 범주 안에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성서 내러티브에서 트릭스터는 '사기꾼'에 속하는 인물도 되지만 '꾀돌이' 또는 '지혜자'에 속하는 인물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박사는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성서 내러티브의 주인공이 속임수를 사용하면 '지혜'이고 대적자가 사용하면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며 "성서 내리티브는 속임수를 누가 사용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언제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선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사용한 속임수는 지혜로 인정받지만, 그렇지 않고 개인적인 욕심이나 불의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속임수는 부정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로몬의 재판 내러티브에 이 처럼 '지혜'와 '속임수'가 양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 속임수를 지혜와 연관 지어 해석하려는 시도가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는 속임수까지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지혜임을 보여주고 있다. 고대근동 문헌들도 교활하면서 동시에 지혜로운 신 에아의 존재를 증명해 준다"고 밝히며 글을 맺었다. 요약하자면 속임수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지혜와 모순되지는 않는다. 선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면 얼마든지 지혜와 양립가능한데 이러한 성격의 속임수가 솔로몬의 재판에 등장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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