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한국기독교학회가 발행하는 「한국기독교신학논총」 제131집에 투고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보는 한국 신학교육의 미래'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 신학교육 커리큘럼에 여성주의 교육이 부재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백 교수에 따르면 보수 교단신학교라고 범주화 할 수 있는 학교들의 경우, 여성주의적 관점의 교과목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심지어 어떤 신학교의 경우 남자 신학생과 여자 신학생의 교과목 운영이 구별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21세기라는 현재의 시간성이 의심이 갔다"고 백 교수는 전했다.
또 이들 보수적 학풍의 신학교 교과목 상당수가 <바르트신학비판>, <몰트만신학비판>, <판넨베르그신학비판>, <현대 천주교 신학 비판>, <최근 신학 비판> 등 "교단의 입장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이론 신학자들에 대한 '비판'을 강조하는 교과목들이 많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물론 특정 신학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는 학습자에게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편견 없이 각 신학적 주장의 핵심을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서 배우고 난 뒤에 성찰 과정을 거쳐 주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수업 제목부터가'~비판'이라면 신학자 당사자를 만날 기회를 박탈당한채, '그를 비판하는 주장'을먼저 배우게 된다. 이러한 편협한 학습에 관한 안타까움을 더욱 증폭시킨 것은 여성신학자들의 이름은 '비판'의 대상이 되는 목록에서 조차 거론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리적 투쟁에 에너지를 쓸 필요도 없는 존재, 아니 비존재로서의 여성(신학) 현실이 확인되는 현장이었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이어 국내 주요 신학대학의 교과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미래 신학교육을 위한 하나의 역량으로 여성주의적으로 가르치기를 제안했다. 그는 "미래를 여는 신학교육을 준비하고 도모하는 과정의 한 시도로, 생물학적 여성들을 신학교육의 주체로 더욱 광범위하게 포함하여가부장제가 제한하지 않은대로의 '여성적' 특성들을 조직과 내용의 재구성에 반영할 것,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신학대학 내부의 문제점들을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 교수는 "기독교 신앙의 신학화 작업에 참여한 다수의 여성신학자들은 여성의 경험에서 전통 신학의 한계를 넘어서고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며 죄에 대한 통념을 깬 여성주의적 가르침을 예로 들었다.
그는 "죄의 교리를 재고했던 조직신학자 발레리 세이빙 골드스테인은 '교만이 죄'라는 신학적 성찰이 교만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된 남성들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를 '남성조건'이 아니라' 인간조건'이라고 보편화한 자체가 이미 교만한 일이라고 비판하였다. 이는 전혀 여성을 위한, 여성에 대한 인간 조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여성에게는 교만보다 자기포기가 더 큰 죄가 된다"고 전했다.
백 교수는 끝으로 "신학을 한 여성들이 같은 '사람'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전격적인 교육과정의 재구성에 참여해도 승산을 확신할 수 없을 만큼' 제도교육으로서의 신학'은 위기다"라며 "이런 마당에 곧 사라질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하고 권위를 나누는 아쉬움에 사로잡혀 큰 사명을 망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