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스펙쌓기' 신앙이 된 현실..."공동체 무너져"

이숙진 박사,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의 신앙” 주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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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이숙진 박사(이화여대 교수)가 "자기계발이란 이름의 신앙"을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하고 있다.

'자기계발'이란 이름의 스펙쌓기가 신앙이 된 현실에 대해 한 여성 신학자가 "(구성원 간의 유대를 기반으로 한)공동체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저녁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제7차 새길포럼에서 이숙진 박사(이화여대)는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의 신앙'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박사는 오늘날 자기계발의 위상이 복음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자기계발 프로그램들도 성서를 자기계발의 전거로 삼아 자기계발문화를 신앙적 언어로 번역/번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교회는 주일학교 학생, 직장인 신우회, 부부코칭 등 각종 소모임을 통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실천하는 '의례'를 고안하고 '축복신앙'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불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교에서도 자기계발이 신앙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한 것. 이 박사는 "명상으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워크숍이 개최되고, 유명한 전통사찰에서는 '붓다코칭스킬'이나 '템플스테이' 등과 같은 또 다른 형태의 자기역량강화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종교소비자들의 욕망에 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신교, 불교 등 인간에게 자유와 해방을 주어야 할 종교들이 '자기계발'을 도모하는 신앙 상품을 내놓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근래 종교 공간에서의 자기계발 담론은 두 가지 흐름을 전제하고 있다. 하나는 현대사회의 특성인 '빠름'과 '채움'에 조응하는 자기계발이며, 다른 하나는 효율과 성장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논리와 대립하면서 '느림'과 '비움'을 강조하는 또 다른 형태의 역량강화[자기계발]의 수사학이 구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계발 종교의 진앙지는 어디일까? 이 박사는 다름아닌 "신자유주의"이며 "신자유주의에 영향을 받은 신자유주의적 주체들"에 의해 이 종교가 번성하고, 팽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자기계발 담론은 실천을 바탕으로 하여 이상적 종교인의 삶의 태도와 결부되어 새로운 주체 형성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고도 갈파했다.

그러나 이숙진 박사는 자기계발 담론이 설정하고 있는 최종적인 종착점으로서의 "행복" 추구와 관련해 "'세속종교'의 전도사들은 자신들의 신화와 교리를 깨우치고 숙련한다면, 누구든지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외친다"고 말했지만, "문제는 물질적 성공이나 내면적 성공에 도달하기 위하여 '자아의 팽창'(ego-inflation)이라는 공허한 의례가 동원된다는 점"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때때로 자기비움의 종교적 가르침인 것처럼 코스프레(costume play)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무한한 자기애의 욕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자기계발 담론에서 무한한 자기애의 욕망의 표현인 '힘'에 대한 추구가 공동체와 개개인에 가져올 폐단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박사는 "자기변화의 수사학으로 무한한 능력을 추동하면서 '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의 종교는 타자에 대한 보살핌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에서 취약한 면모를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세속적 성공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도록 고무하는 자기계발의 종교에는 윤리성이 탈각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기독교 공간에서 불고 있는 자기계발의 열풍 역시 신자유주의 통치성과 조응하면서 자본의 종교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능동성, 자유, 자율성으로 표상되는 자기계발의 신앙으로 진정 자유롭고 자율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주체의 치명적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극단적인 개인화"라고 지적하고, "요컨대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기계발 담론은 자신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능력에 집중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삶의 전 영역에 걸친 시장원리의 확대라는 사회구조적 측면과 조응하고 있다"면서 "무한경쟁에 지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나 자기계발의 대열에서 배제된 삼포세대가 대변해주듯, 자기계발의 트랙에서 자의/타의로 이탈된 이들이 속속 등장해 현재 한국사회의 자기계발의 열기는 여전하지만 자기계발의 허구성 또한 증명되고 있다"고 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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