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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령 사역자이신 나사렛 예수(V)

김영한 박사 (기독교학술원장)

kimyounghan
(Photo : ⓒ베리타스 DB)
▲복음주의 신학자 김영한 박사

5. 사랑과 긍휼의 섬기는 자로서의 성령 사역자 예수

1) 사랑과 긍휼의 성령 사역자

역사적 예수는 성령의 권능으로 많은 이적과 기사(奇事)를 행하셨으나 그는 능력이 제일이라고 하지 않으시고 사랑과 긍휼로 가득 찬 사역자였다. 예수는 산상설교(die Bergpredigt)에서 마음의 청빈과 온유와 긍휼과 화평을 추구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8가지 복을 선포하셨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 5:3-10).

이렇게 설교하신 그분 자신이 사랑을 베풀고 인자와 긍휼하신 자로서 삶과 신앙의 궁색함 가운데 사는 유대인들 가운데 화평을 심어주셨다.

예수는 한 나병 환자를 고치실 때에도 그를 불쌍히 여기서 고쳐주셨다. 마가는 다음같이 증언한다: "예수께서 불쌍히 여기사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이르시되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시니, 곧 나병이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고 깨끗하여진지라"(막1:41-42). 예수의 치유사역에는 병든 자에 대한 긍휼이 동반되었다. 예수께서 한적한 곳에 가시니 많은 무리들이 그를 따라 오는 것을 보시고 스스로 기적 치유자라는 우월감에 사로잡히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목자 없는 양처럼 유리하는 모습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을 가지신 긍휼의 사역자셨다: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그 목자 없는 양 같음을 인하여 불쌍히 여기사 이에 여러 가지로 가르치시더라"(막6:34).

예수는 안식일에 나사렛 회당에 들어가 이사야의 글(사42:7; 사58:6)을 펴시고 읽으시며 이 글이 오늘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셨다(눅4:20-21):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눅4:18-19). 성령 사역자로서 예수는 단지 초자연적 능력의 과시자(誇示者)가 아니라 가난한 자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시고,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들을 보게 하시고, 눌린 자들을 자유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을 전파하고자 하였다. 그의 성령 사역은 이처럼 그 속에 솟아 넘치는 사랑과 긍휼에서 나오는 권능의 사역이었다.

성령 사역자로서 예수는 원수 사랑에 관하여 가르치셨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마5:43-45)

예수는 자신이 가르치신 대로 십자가에 처형당할 때 원수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셨다: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두 행악자도 그렇게 하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23:33-34). 예수는 자신이 가르치신 대로 죄인인 우리의 대속을 위하여 속죄물이 되신 사랑의 사역자요 구세주가 되셨다. 이에 대하여 사도 바울은 증거한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5:8).

2) 섬기는 자로서의 성령 사역자

성령 사역자로서 예수께서 권능적 사역을 하신 것은 섬김을 받으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섬기기 위한 것이며 자신의 몸을 대속물로 주기 위함이라고 하셨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5). 성령의 권능 사역의 본질은 자기 능력의 과시 행위가 아니라 이웃을 위한 섬김이다. 예수는 소외되고 병든 약자들을 위해 오셨고 일하셨다. 섬김이 곧 디아코니아(diakonia)이다. 예수는 원형적 디아콘(Diakon)이다. 예수는 성자였으나 인간의 고통과 죄 속의 비참의 상태를 긍휼히 여기시고 자신의 영광의 본체를 내려놓으시고 인간의 비참한 상태에 들어오셨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6-8).

이러한 그리스도의 모습은 이미 출애굽기에 드러나는 쉐히나(Schechina)의 하나님 모습을 가장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내가 애굽에 있는 내 백성의 고통을 분명히 보고 그들이 그들의 감독자로 말미암아 부르짖음을 듣고 그 근심을 알고, 내가 내려가서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의 지방에 데려가려 하노라."(출3:7-8a)

쉐히나의 하나님은 이집트에서 노예상태에 있는 그의 백성의 고난을 보고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이시고 그 근심을 아시고 받고 있는 그의 백성에게 내려오셔서 이들을 이집트인들에게서 건져내시고 이들을 인도해내시는 하나님이시다. 쉐히나는 하나님의 자기 낮추심과 그의 창조물 가운데 거하심을 드러낸다. 하나님은 인간의 고통스런 현실에 공명하셔서 그 현실에 직접 참여하고 자신을 그 고통 아래 놓는다. 하나님이 그들의 구원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지니신 능력 때문만이 아니다. 하나님은 고통당하는 그의 백성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셔서 그 마음이 애끓은 공명을 일으켜 스스로 그들에게 내려가셔서 그들과 함께 고통을 당하시는 인자와 자비와 긍휼이 풍성하신 분이시다.

"하나님의 고난, 이것이 하나님이 고통당하는 자들과 연대하는 방식이며 공명이 낳은 행동양식이다. 하나님의 구원은 여기서 그 힘을 얻는다. 하나님이 가지시는 그의 백성들과의 연대는 단지 심리적 연대에 그치지 않는다. 간접적 지원에 머물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디아코니아는 그 행동의 방향과 정당성을 얻는다." (김상기, "디아코니아는 예수 활동의 본질이며 사랑·정의의 완성," <기독일보> 2015.01.30. 이동윤 기자)

고통당하는 자를 향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하나님과 예수의 공통점이다. 구약의 선지자 요나는 이스라엘의 적대국 니느웨 성을 향한 심판을 거두시는 하나님의 긍휼에 대하여 다음같이 항변한다: "주께서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신 줄을 내가 알았음이니이다"(욘4:2b). 요나의 항변에 대하여 다음 같이 다정하게 대답하시는 그 분의 말씀에서 이방 민족이라도 아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네가 수고도 아니 하였고 재배도 아니 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말라 버린 이 박넝쿨을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욘 4:10-11). 누구에게나 있는 불쌍히 여기는 사람의 마음은 그가 하나님 형상의 잔재(殘滓)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 불신자들까지도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공명하고 그의 이웃이 되고 그를 위해 행동할 수 있다.

디아코니아는 하나님의 긍휼한 마음의 실천적 표현이다. 지배자들이 약자를 억압함으로써 부를 증식하는 불평등을 확대해가는 것에 대해, 예언자들은 지배자들에게 삶의 길을 바꾸라고 경고한다. 예언자들은 약자들 편에 서는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 디아코니아는 '하나님의 정의를 이 땅에 세우는 일'이요 '하나님의 법을 마음으로 듣는 일'이다. 법을 매개로 하나님의 정의는 사랑과 만난다. 디아코니아는 "사랑과 정의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아코니아는 예수 활동의 본질이다. 예수의 멍에를 메고 배우며 가는 그의 길 가운데 쉼이 있다. 대단히 역설적이지만 쉼은 그의 멍에를 메고 배우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디아코니아의 길에 있다. 사랑으로 일하는 섬김은 성령의 능력이며, 가장 크고 좋은 은사로서, 메마른 땅에 물이 흐르고 사막에 꽃이 피는 그 길은 성령의 능력, 디아코니아에서 시작된다. 그 변화를 위해 예수는 성령을 약속하셨고, 우리도 성령이 부르는 그 길로 가야 할 것이다. 디아코니아는 섬김을 위해 오신 예수를 쫓고 그의 실천과 계획을 오늘의 우리 삶으로 옮기려는 것이다. 더불어 하나님은 이 세상의 어느 것과도 동일시되거나 비교되기를 단호하게 거절하셨다. 하지만 하나님은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자들에 대한 사람들에 대해 약자를 조롱하거나 학대하는 자는 곧 자기를 멸시하는 것으로 간주하셨다(잠14:31; 잠17:5). 하나님과 예수의 그와 같은 약자 이해 때문에 "약자는 더 이상 자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교회는 그들을 통해 그들과 동일시되려고 하신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디아코니아의 성경적 근거는 나사렛 예수의 사역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공명과 연대 및 고난'에서 찾을 수 있다. (계속)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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