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순실 국정농단에 "성역없이 수사하라"

최순실
(Photo : ⓒ JTBC 화면 갈무리)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 국정농단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YWCA연합회가 지난 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성역없이 수사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했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

감추고 침묵하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치리라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YWCA 시국선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연루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악의 국기문란 사건 앞에 온 국민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연일 터져 나오는 의혹과 비리는 국민을 분노에 떨게 하고 있다. 그 분노는 이미 전국 각지의 대규모 시위로 분출됐고, 수많은 성명 발표와 서명운동으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최순실씨를 비롯한 비선실세는 국정운영 전반에 부정하게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연설을 비롯해 외교, 안보, 국방, 남북관계와 관련한 국가기밀이 누설되었다. 청와대, 부처의 주요 인사와 정부 조직구성까지 관여했다. 각종 명목으로 기업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협박했다. 문화융성, 창조경제, 평창올림픽, 설악산 케이블카, 개성공단, 역사교과서, 의료민영화, 방산 등 경제, 문화, 체육, 교육, 의료, 통신, 환경, 국방까지 걸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정부, 대학, 기업을 한꺼번에 움직인 딸 정유라 부정입학과 특혜 의혹에서 최순실씨 권력은 더욱 생생히 드러난다.

지금까지 밝혀진 비리와 의혹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다. 국가권력이 사유화 됐고, 국가보안이 뚫렸으며, 국가기강이 무너졌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누구인지 의심하게 할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주의와 헌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을 더욱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4년간 국정농단이 가져온 오늘의 현실이다.

국정은 엉망이 되었고,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양극화는 심해졌고, 비정규직은 늘었다. 부동산은 폭등했고, 가계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청년층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고령층은 노후대책 없는 황혼을 맞고 있다. 남북관계는 파탄 났고, 외교는 널뛰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밀실야합으로 처리했으며, 일방적으로 사드배치와 개성공단 철수를 강행했다.

여성혐오와 여성대상 폭력은 심각해지고, 불안은 커져만 간다. 핵폐기물과 지진대 위에 버젓이 세워진 핵발전소는 늘어났고, 재난 때마다 정부의 무능은 반복됐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게 만드는 사회구조는 여전하다. 절망한 젊은이들은 '헬조선'을 외치며 이 나라를 탈출하려 한다.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 국정운영이 낳은 결과인 셈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지금까지 '존재하지도 않는 국가의 구조'를 기다려왔다"고 개탄했다.

어쩌다 이런 나라가 되었는가. 모든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의 철저한 무능이 불러온 사태다. 이를 방조하고 아무런 견제도 하지 못한 청와대 참모들과 관료, 집권여당의 책임도 결코 묵과할 수 없다. 국정농단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거나 타협, 용인하고 더 나아가 부정에 편승해 이익을 얻고 권력을 유지한 기업, 대학, 기관, 언론의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이런 참담한 현실 앞에 한국 교회와 우리 기독교 공동체의 책임도 피해갈 수 없다. 우리는 연일 드러나는 부정과 비리를 보면서 기독인들이 구현해야 할 '정의, 평화, 생명'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회개한다. 특히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그의 부친 최태민씨 세력이 40년 넘게 권력을 이용한 탐닉을 계속할 수 있던 배경에는 사회 정의에 침묵하고 기득권이 결부된 부정을 방조한 일부 기독교 목회자와 단체들의 비호가 있었다. 지금도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감싸는 일부 기독교 단체는 부끄러운 시대 일원으로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성과 회개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칠 것'(누가복음 19:39~40)이라는 말씀처럼, 우리는 정의를 외치는 국민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한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YWCA 회원들은 분노한 시민의 편에 서서 약자가 보호받고 생명과 정의가 존중되는 민주국가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가기강과 민주정치 원칙을 훼손한 최순실씨를 비롯한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과 그 배후세력에 대해서 그 누구든 성역 없이 철저하게 수사하라. 검찰은 사태를 축소하거나 진상규명을 방해해서는 절대 안 된다. 엄중한 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또한 국회는 모든 진실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국정조사 등 진실규명을 위한 최선을 다하라.

하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한 개인이나 세력의 일탈에 있는 게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최순실'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책임이다.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않고, 국민을 대변하는 최고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던져버린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 지금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일은 대통령의 결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사실을 밝히고, 자신의 무능이 불러온 사태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16년 11월 3일

한국YWCA연합회

이지수 freedo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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