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안민교회 ‘카드깡’ 논란, 재점화 양상

내부고발 ㄱ집사 “봉사활동으로 불법 가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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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달 11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렸던 시국기도회에서 축도하는 정상시 목사. 정 목사는 ‘카드깡’ 논란으로 벌금 300만원 처분을 당했었다. 이에 대해 안민교회는 제직회 명의로 성명을 내고 해명했으나, 또 다른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안민교회 정상시 목사는 1980년대 노동자들의 아픔을 대변했고, 민주화 이후엔 실업, 노숙자, 환경, 빈민문제 등으로 사역 영역을 넓혀 나갔다. 청소년 공부방과 경로식당을 운영해 오며 지역 사회에도 기여했다. 그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에서는 평화통일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런 정 목사가 올해 6월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벌금 300만원 처분을 받았었다. 정부가 경로식당 운영을 위해 지급한 보조금 카드로 현금 750만원을 만들어 교회가 관리하는 통장에 입금했다는 게 주된 혐의 내용이었다. 속칭 ‘카드깡' 수법이었다.

검찰의 약식명령에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해 9월 조사를 실시했고, 이즈음 안양시는 보조금 지원을 끊었다. 안민교회는 11월 경로식당 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다 노인들의 항의로 올해 1월 급식을 재개했다가 조리사 급여, 공과금 부담을 이유로 7월 최종 중단 결정을 내렸다.

정 목사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벌금 300만원 형은 확정됐다. 그리고 안민교회는 지난 9월27일 한 교계 언론에 제직회 회원 일동 명의로 ‘안민 경로 식당 사건 상황 일지와 진상'이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저간의 상황에 대해 해명했다. 그런데 이 성명이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 목사 감싼 교회 측 해명, 또 다른 갈등 불러

경로식당 보조금 관련 논란은 이 교회 ㄱ집사의 내부고발로 알려졌다. 교회 측은 성명에서 "ㄱ집사가 2015년 안민 경로 식당 운영위원장이었으며, 위원장 자격으로 알게 된 인증서, 비밀번호 등으로 수년간 통장 거래 내역에 접근, 조회해 얻은 내부 정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운영문제를 고발했다"며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기보다 음성적이고 사적이며, 반공동체적인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불신을 조장하려는 행위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또 "여러 정황상 (내부고발이) 선의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ㄱ집사는 교회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ㄱ집사는 "2014년, 안민 희망둥지 지역아동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정 목사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시설장, 교사, 조리사 모두를 갑자기 해고하고 이곳 운영상황을 파악해 달라고 내게 요청해 온 것"이라고 했다. ㄱ집사에 따르면 정 목사가 이때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자신에게 직접 건네줬다고 했다. 이에 ㄱ집사는 운영상황을 파악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요구는 묵살됐고 결국 관계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래는 ㄱ집사가 기자에게 밝힌 내용이다.

"정 목사의 의뢰로 안양 희망둥지 운영상황을 파악하던 중 불분명한 여러 개의 계좌를 발견하게 됐고, 경로식당의 안양시 보조금 불법활동 및 그 외 몇 가지 불법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안민교회 당회원인 정상시 목사와 그의 친동생 정 모 장로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묵살 당했다.

이에 2015년 1월 5명의 안민교회 비전 위원들에게 관련자료 일체를 보내고 시보조금 불법활용에 대한 회의 개최를 요청했으나 정 목사와 비전 위원들은 회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런 가운데 교회 1층에 ‘까페 둥지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정 목사와 정 장로, 그리고 상임협동 목사인 이 모 목사 등은 경기도 수원의 따복공동체로부터 마을기업사업 명목으로 900만원을 지원 받는가 하면, 카페사업 운영위원들이 2천 만원의 후원금을 조성했다. 교회가 시보조금의 불법활용 해결은 등한시 한 채 카페 사업에 몰두하는 광경을 보고 실망을 느껴 관계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한편 사건의 발단이 된 ‘카드깡'에 대해 교회 측은 "정부가 지급한 체크카드는 경로식당에서 일하는 두 명의 조리사 중 한 명이 소지해 사용했고, 사용 과정에서 대표의 묵인이 있었으며 결국 대표가 관리책임을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년 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헌신해 온 땀, 희생의 흔적도 없고 갑자기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됐다"며 정 목사를 감쌌다.

이에 대해 ㄱ집사는 "2015년 12월27일 진상조사위원회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정 목사는 자신이 조리사에게 보조금 불법 활용, 즉 속칭 ‘카드깡'을 지시했음을 시인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ㄱ집사는 교회 측의 성명에 반드시 반박해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정 목사가 20여 년 동안 봉사해온 일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 목사가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저지른 불법 행위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한 일은 선한 일대로 칭찬 받고, 악한 일은 악한 일대로 회개하고 반성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 일이 아닌 듯 말하는 건 성직자의 도리가 아니다. 더욱이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까지 범법자로 만드는 일은 그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일이며, 정 목사가 자주 사용하는 말대로 ‘교회의 건전한 덕'을 해치는 행위다."

당사자인 정상시 목사는 이 같은 반론에 "ㄱ 집사는 교회를 떠난지 오래된 사람이다. 무슨 의도로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는지 의도를 모르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또 "조리사에게 불법 카드깡을 지시했냐?"는 기자의 질문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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